학생 살해 초등교사 위험징후 있었나…교육청 조치 권고한 날 범행

이종섭 기자

교육지원청 범행 당일 오전 조사 후 분리조치 권고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10일 경찰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10일 경찰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40대 교사에 대해 관할 교육지원청이 이상행동에 대한 조사를 벌여 학교 측에 분리 조치를 권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에서 1학년에 재학 중인 A양(8)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40대 교사 B씨는 지난 6일 학내에서 동교 교사에게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퇴근 무렵 불꺼진 교실에 혼자 남아 있는 B씨에게 동료 교사가 말을 걸자 목과 손목을 강하게 붙잡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B씨는 동료 교사에게 “내가 왜 불행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는 B씨가 업무용 사이트 접속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파손한 일도 있었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B씨의 이같은 행동과 관련해 학교측은 동료 교사에 대한 사과 등을 권고했고, 보고를 받은 대전 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 10일 오전 장학사 2명을 학교에 보내 상황을 파악한 뒤 연가나 병가 등을 통해 B씨를 학교에서 분리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학교 관리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조치가 취해지기 전인 같은 날 오후 B씨는 학원에 가려고 돌봄교실을 나선 A양을 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 내 장비실로 쓰이는 공간에서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2학년 담임교사였던 B씨는 지난해 12월9일 우울증을 이유로 6개월간 휴직에 들어갔으나, 12월30일 질병 회복에 관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 조기에 복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직 이후에는 교과전담 교사를 맡아 학생들과의 접촉 기회가 많지 않았고 피해 학생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B씨가 휴직하기 전까지 정신질환 치료 사실은 주변에서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특별한 이상 행동도 보고된 것이 없었다”며 “휴직과 복직은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학생 유족은 이번 사건이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도 주장하고 있다. A양 아버지는 “교사가 우울증에 의해 자기 분을 못 이겨 아무 죄도 없는 아이를 죽였다”며 “아이가 미술학원에 다녀 그 시간에 학교에 아이가 혼자 있었던 것을 알고 흉기를 챙겨온 것으로 계획 범죄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A양은 전날 오후 5시50분쯤 학교 안 시청각실 내 장비실로 쓰이는 창고에서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쓰져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B씨 역시 흉기에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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