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성 대변인 “상응한 힘” 등 핵 사용 암시
전문가 “‘북 비핵화’에 ‘핵 무력 강화’ 응수”

미국 해군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알렉산드리아 함(SSN-757·6900t급)이 지난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미 핵잠수함의 부산 입항에 반발하며 “임의의 수단을 사용할 준비상태에 있다”고 11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뒤 내놓은 반응이다. 트럼프 정부를 향해 대북 압박 정책을 변경하지 않으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전날 미 해군의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알렉산드리아함’(SSN-757·6900t급)의 부산해군기지 입항을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위협”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대변인은 “군사적 대치 상황을 실제적인 무력충돌로 몰아갈 수 있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적대적 군사행동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도발 행위를 중지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패권적 실체인 미국에 대해서는 철저히 상응한 힘으로써 견제해야만 한다”고 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적수들에 대한 자기의 행동 선택과 대응방식을 보다 명백히 할 것”이라며 “도발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자기의 합법적인 권리를 주저없이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이 언급한 ‘임의의 수단’, ‘상응한 힘’, ‘합법적인 권리’는 모두 핵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는 표현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2022년 9월 제정한 핵무력 정책 법령에는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대변인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 비핵화’ 원칙 재천명 이후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일이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방성 대변인 성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재조정되지 않으면 초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 측에 명확하게 발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미국이 ‘북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자, 북한도 기본적인 ‘핵 무력 강화’ 입장을 확인하며 응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 발언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미 버지니아급 핵 잠수함 ‘버몬트함’(SSN-792·7800t급)이 부산에 입항했던 지난해 9월 당시 비난 성명을 발표한 주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방성 대변인 담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해서 메시지를 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가늠할 지표로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나 한·미 연합훈련 등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