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한 뒤 언론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연 2회 인하를 전망하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최근 1회로 줄이거나 아예 올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망도 나왔다. 2주 뒤 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부담이 커졌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연 2회에서 1회로 낮춰 잡았고 노무라는 연 1회 인하에서 동결로 전망을 변경했다. 당초 한 차례 인하를 내다봤던 맥쿼리도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도이채뱅크, BNP파리바는 금리 동결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로써 주요 투자은행들이 올해말 전망하는 미국의 정책금리 중간값(상단 기준)은 4.0%에서 4.13%로 상승했다.
지난해만해도 올해 들어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고용 환경이 예상보다 좋기 때문이다. 미국의 1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보다 14만3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날씨 등 계절 조정 요인을 제외하면 견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업률도 전달 4.1%보다 낮아진 4.0%를 기록했다. 오는 3월 연준의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11일 “양호한 노동시장 여건으로 미 연준의 금리인하 중단이 최소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 정부 정책이 노동시장 여건과 인플레이션 전망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은 정책 조정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이 크게 줄어들면서 오는 25일 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높은 상단의 원·달러 환율과 한미 금리 격차 등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를 확실시 여기는 시장을 향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 중반대를 전망하는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하 폭을 제한한 상황에서 추경만으로 2%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캐나다와 멕시코, 유로존 등은 관세 부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에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하고 있어 한국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