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7일(현지시간) 만하임 지방법원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 모녀를 살해한 40대 부부의 변호인들이 공개 변론을 하고 있다. FAZ 갈무리
신생아를 빼앗아 키우려고 우크라이나 피란민 모녀를 살해한 40대 독일인 부부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독일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은 마르코(44)와 이나(43) 부부에게 살인 및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신생아를 빼앗기 위해 우크라이나 여성 마르가리타(27)와 그의 어머니 마리나(51)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피고인 부부는 딸을 원했지만 유산이 계속되자 2023년 3월 무렵부터 영아 납치를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산부인과와 병원 등을 떠돌다가 통역 지원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지역 주민을 연결해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했고, 지난해 1월 출산을 앞두고 있던 마르가리타 모녀에게 접근했다.
이들 부부는 피란민 숙소에서 생활하던 모녀를 식당에 데려가 진정제를 먹였다. 마리나가 불편을 호소하자 병원으로 데려가는 척하다 호수에서 살해했고, 곧이어 마르가리타도 살해했다. 이후 호숫가에서 모녀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지난해 3월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은 피고인 부부가 사건 당시 생후 5주 차였던 피해 여성의 딸을 빼앗기 위해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들 부부의 변호인마저 종신형 선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을 죽인 뒤 납치한 아기를 자신의 딸이라고 속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하기 한 달여 전 산부인과 허위 서류를 제출해 출생신고를 마쳤고, 아이에게 새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위에는 몇달 전부터 임신 계획이 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물리치료사와 도축업자로 일해 온 부부는 자녀 넷을 두고 있었다. 2019년 재혼하기 전 각자 낳은 딸 1명과 아들 2명, 결혼 후 함께 낳은 아들 1명 등이다. 딸을 한 명 더 낳고 싶었지만 유산이 반복되자 신생아를 납치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남편 마르코는 법정에서 “아내의 유산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환청과 수면장애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이나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하니 15년 뒤 석방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독일 형법상 종신형을 받으면 15년 뒤부터는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죄질이 매우 나빠 가석방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피고인 부부가 납치했던 아기는 몇 개월간 위탁 가정에서 지내다 지난해 6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있는 이모가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