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맞는 트럼프 ‘가자지구 개발 계획’···불발탄 누가 치우나

선명수 기자
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거리의 잔해 위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거리의 잔해 위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법 위반 논란에도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모두 몰아내고 미국이 이곳을 장악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그가 밝힌 ‘가자 부동산 개발’ 첫 단계부터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불발탄을 제거하고 그곳을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유명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나, 불발탄 제거 작업을 할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당시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을 소유하고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를 해체할 책임을 질 것”이라고 선언하며 이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미군을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논란이 일자 미군 파병 계획은 철회했다.

NYT에 따르면 미 연방법은 미군이 외국에서 지뢰 등 폭발물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 국무부가 관련 비영리단체에 자금을 주는 방식으로 해외에서 불발탄 제거 작업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5일 미국의 모든 해외 원조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을 3개월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해외 분쟁지역 등에서 불발탄 및 지뢰 제거 활동을 해온 국제 비영리단체들도 포함됐다. 유엔은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은 예외로 해줄 것을 미 국무부에 요청했으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가자지구에서 불발탄을 제거해 이곳을 개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건 계획이 시작부터 앞뒤가 맞지 않고 스텝이 꼬인 셈이다. 미국이 이 작업을 주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초 발표와 다르게 해당 업무를 주변 아랍국 등 타국에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15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막대한 양의 불발탄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3년 10월 전쟁이 시작된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사용한 폭발물의 양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로메드모니터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전쟁 1년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표적 4만곳을 폭격하는 데 7만t 이상의 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막대한 공습 피해를 입었던 독일 드레스덴과 함부르크, 영국 런던에 투하된 폭탄의 총량보다 많은 양이다. 이런 대규모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전체 건물 가운데 69%, 상업시설의 80%, 도로망의 68%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유엔은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불발탄 비율로 미뤄볼 때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 가운데 10% 정도는 터지지 않은 채 잔해에 묻혀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는 전후 재건이 진행되더라도 향후 수십년간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1975년 사이공 함락 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미국이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과 라오스 일대에 퍼부은 막대한 양의 폭탄 중 불발탄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 당국과 국제단체들에 따르면 여전히 국토의 18%에 해당하는 지역에 80만t에 달하는 불발탄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종전 후 불발탄으로 인한 사상자는 10만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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