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한 뒤 언론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기업도 US스틸 지분의 과반을 가질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직전까지 반대 입장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논의의 문은 열었지만, 구체적 협상 내용은 변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10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것도 협상에 어려움을 더할 요소로 평가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제철이 “상황에 따라 대규모 투자 실시를 포함해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제철이 “단순한 매수로 보지 않고 대담한 투자를 해 미·일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담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변화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뉴올리언스행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누구도 US스틸의 과반 지분을 가질 수 없다”고 발언하면서 전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한 후 일본제철과 US스틸 관계에 대해 ‘인수가 아닌 투자’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시바 총리도 당시 이에 동조했다.
이는 일본제철의 기존 인수 계획에 반하는 압력으로 해석됐다. 당초 일본제철은 총 141억달러(약 20조5000억원)를 들여 US스틸의 지분을 100% 취득해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었다. 완전 자회사가 아닐 경우 기밀성이 높은 기술 제공은 어렵다는 게 일본제철의 기존 입장이었다.
이시바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제철과 협의해 수정안을 만들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하야시 관방장관 등과 회담 대비 조직을 꾸렸는데, ‘인수가 아닌 투자’라는 안을 만든 게 이 조직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 후 NHK와의 인터뷰에서 “(US스틸이) 미국 기업으로 남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이 공식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수입 관세 25% 부과도 US스틸 인수 논의에 복잡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기반인 미국 제조업계 유권자의 반발을 고려해 US스틸 인수에 거부감이 크다며 “관세 인상으로 해외의 값싼 철강 제품을 차단하고 US스틸을 연명시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인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등 관세 부과를 발표한 계기가 US스틸 인수 관련 질의응답이기도 했다. 그는 9일 에어포스원 내 회견에서 “관세는 US스틸을 매우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일본제철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제철은 지분율을 낮추는 등 계획을 대폭 변경한 뒤 거래 성사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절반 이하의 지분에 머물지라도, 우선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확보한다는 선택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닛케이는 “일본제철은 계속해서 US스틸의 완전 자회사화를 목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조만간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제철 측은 양측 회담 전 미 정권 관계자와 물밑 협상을 추진할 계획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