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서명…‘국제 플라스틱 규제 협약’ 추진 미지수
“종이 빨대 불만에 명분 줄 듯”…한국 자원정책에 악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라스틱 빨대로의 회귀를 선언하면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적 합의가 더욱 어렵게 됐다. 이미 역행하고 있는 한국의 자원순환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 정부와 소비자의 플라스틱 빨대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사인하고 “우리는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연방 정부 차원의 일회용 플라스틱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플라스틱 빨대 행정명령은 국제 플라스틱 규제 협약 성안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사실상 정부 차원의 플라스틱 소비 규모 확대를 선언하면서 생산량 감축보다 과도한 소비 규제가 먼저라는 산유국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계의 ‘파리협약’이 될 수도 있었던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지난해 12월 파행으로 끝난 것도 산유국과 비산유국 간 견해 차이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취임 직후 1호 행정명령으로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하며 이미 유엔 중심의 기후 다자협약 구도를 흔들었다. 지난해 11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소식이 ‘트럼프 리스크’로 불리며 화두가 됐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다른 환경협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2차 INC-5’인 ‘INC-5.2’는 올해 개최될 예정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연구소장은 “파도가 밀렸다가 다시 되돌아오며 움직이듯이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탈플라스틱의 사기를 꺾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한국의 자원순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소장은 “국내에서 종이 빨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종이 빨대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 팀장도 “미국의 정책 후퇴는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미 한국도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유예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꾸준히 플라스틱 규제 후퇴 정책을 내놨다. 2022년엔 자영업자 부담을 명분으로 전국 단위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유예했고 지난해엔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과태료 부과 완화안을 내놨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규제를 위한 계도기한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임 팀장은 “미국이 퇴행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선 여전히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탄핵 이후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후퇴하고 역진했던 자원순환 정책을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