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면 기업들은 새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제시한다. 각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자료를 추려서 보면 올해 경제가 어떻게 될지 예상이 가능하고, 주식투자자들도 어떤 업종에 속한 기업에 투자할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고심해서 사업계획을 짜지만 불확실한 국내외 정치, 경제 변수들로 예상이 빗나가는 일도 생긴다. 그럴 때는 기업들도 정정공시를 통해 기존 전망치를 수정하곤 한다. 정보이용자 입장에서는 수시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에 대해 여러 증권사에서 분석한 평균 실적 전망치인 컨센서스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지난달 2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제일 먼저 전자공시시스템의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공정공시) 보고서를 통해 공시를 냈다. 이 회사는 선박 및 엔진의 애프터서비스를 주 영업으로 하는데, 2024년 매출액(1조7455억원)보다 18% 많은 2조556억원을 2025년의 목표 매출액으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한창 성장 중인 국내 조선업계가 더 힘을 받는 모양새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모두 수주 목표를 2024년보다 각각 16%, 34% 늘려 잡았다.
시국이 불안정하고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경우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화학기업인 LG화학은 올해 목표 매출액을 2024년 실적보다 2% 적은 약 26조5000억원으로 설정했고, 현대글로비스도 2024년 매출액보다 다소 적은 28조원으로 정했다. 현대차는 2024년 목표 판매량이었던 424만3000대보다 약 2% 낮춘 417만4000대로 계획했고, 롯데쇼핑도 올해 매출액을 14조원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2024년 목표치인 14조7806억원 대비 5%가량 하향 조정한 것이다. 중국 화학제품의 공급과잉에 따라 관련 업계가 고전할 것으로 보이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량도 줄고 소비 또한 계속 감소할 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목표를 낮춘 기업보다 높인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예상매출액을 5조5705억원으로 제시했다. 2024년 매출액인 4조5473억원보다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한국항공우주도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수주액 전망치를 8조4590억원으로 밝혔는데, 이는 2024년 수주액 대비 73%나 늘려 잡은 것이다. 국내 부동산이 침체돼도 건설사들은 토목이나 해외건설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은 지난해보다 목표 수주액을 각각 7%, 7%, 23%씩 상향했다.
대내외적인 경제, 정치 상황을 보면 올해도 위기임이 분명하지만 많은 기업 구성원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고 있다.
지식 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친다는 뜻의 계몽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라고 한다. 계엄령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가 계몽령이라고 하는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대다수의 똑똑한 국민들이 듣기에는 매우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는 동안에도 유능한 국민들은 이렇게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년보다 올해 경제가 더 나아지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할 텐데 정치가 방해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박동흠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