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목 아닌 1000m에서도 ‘동’
‘하나만 따자’ 소박한 결심과 달리
금 2·은 1·동 1…목표 초과 달성

이제 시작이야 이나현이 11일 중국 하얼빈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두르고 환하게 웃으며 링크를 돌고 있다. 하얼빈 | 연합뉴스
이나현(20·한체대)의 레이스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나현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아이스트레이닝센터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분16초39. 금메달을 딴 중국의 한메이(1분15초85)와 0.54초 차이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이나현의 첫 국제종합대회다. ‘어떤 종목이든 메달 하나를 따자’는 소박한 마음가짐으로 이번 대회를 시작한 이나현은 금메달 2개(100m·팀 스프린트), 은메달 1개(500m), 동메달 1개(1000m)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출전하는 경기마다 메달이 따라왔다.
이나현은 1000m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가 진짜 이 메달을 다 딴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나현은 “항상 1000m보다 500m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와서 1000m도 잘 타고 싶어 계속 연습을 했는데 오늘 그게 잘 나타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동메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제 1000m 조 편성을 보고 아예 메달이 불가능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하고자 하는 것만 잘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빙속 대선배인 이승훈은 이날 팀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따며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9개)을 경신했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4개의 메달을 손에 넣은 이나현은 훗날 이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있다. 이나현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다 메달 기록 경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열심히 달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최고 기대주였던 김민선은 이날 1000m 경기에서 이나현과 0.35초 차이로 4위를 기록했다. 이나현과 김민선은 팀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합작했지만 100m와 500m, 1000m에서는 선의의 경쟁자로서 메달을 두고 겨뤘다.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이나현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이다. 이나현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기록을 낸다면 다음 목표는 올림픽 포디움(시상대)으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와서 목표가 자연스럽게 올림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첫 아시안게임을 양손 가득 무겁게 마무리한 이나현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