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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칼럼]왜 다시 성장인가

입력 2025.02.11 20:52

수정 2025.02.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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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연이어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나친 우클릭이 아니냐는 반발도 나오고, 수시로 입장을 바꾼다는 비난도 나오고, 믿기 어렵다는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정치적 경쟁자들이 부러 꼬투리를 잡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런 티격태격이 한가한 사치로 여겨질 만큼 비상사태다. 어떻게 해야 꺼져가는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고 좋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논쟁하면서 사회적 합의의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경제의 3대 목표가 성장, 분배, 안정임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모두 중요한 가치다.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성장에는 큰 문제가 없고 분배가 극도로 악화된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불평등이 최대의 문제”라고 말한 것이나, 코로나19 당시 경기가 급전직하로 하강하자 각국 정부가 재정과 통화정책을 동원해 돈을 풀어 경제 안정화를 도모한 것이 좋은 사례다.

성장만능주의, 무조건적 성장우선주의를 비판해온 필자가 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까닭은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성장동력의 상실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정에 의하면 금년도 잠재성장률은 1.9%에 불과한데 2030년에는 낙관적으로 봐도 1.5%다. 1%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게다가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고, 중국은 급격하게 발전하는 기술력과 저가 물량 공세로 우리 산업을 통째로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을 지키기도 힘들어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고질적 문제가 된 양극화도 심각하고, 내란 사태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내수 침체와 경기 악화도 심각하다.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성장률 하락을 방치한다면 분배도 안정도 달성키 어렵다. 신뢰가 있고 양보와 협력이 잘되는 사회에선 성장이 없어도 분배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신뢰가 부족하고 갈등이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 없는 분배는 연목구어다. 나아가 성장률이 자본수익률 아래로 내려가면 분배가 더욱 악화된다는 피케티의 핵심 논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안정을 위해 돈을 푸는 것도 성장 없인 거듭할 수 없는 일임은 자명하다.

그럼 뭘 해야 할까? 우선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KDI 분석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은 생산성 증가율의 하락이었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요소 투입 증가보다 생산성 증가가 성장을 견인하는 게 선진경제의 특징인데, 한국은 이 점에서 거꾸로 가고 있었다. 그 결과 산업경쟁력이 하락했다. 지난 10년간 원화 가치는 10% 이상 하락했다. 그만큼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갔음에도 불구, 수출시장 점유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주력산업의 경쟁력 상실과 지역산업의 공동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이런 현상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눈떠보니 선진국’이란 자만 속에서 허송세월할 순 없다.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선진국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노동시간이 길어서일 뿐 생산성은 아직도 서구 선진국들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OECD 38개국 중 노동시간이 길기로도, 노동생산성이 낮기로도 다섯 번째다. 이제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생산성 향상에 나서야 한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6년여 공공기관을 운영하면서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기 전 꼭 해야 하는 일인지 자문할 것, 그렇다면 과거에 했던 방식이 최선인지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연장근로수당을 없애고 불가피하게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 대체휴무로 보상했다. 유연근무와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했고, 챗GPT 등 혁신기술 활용을 앞장서 추진했다.

특히 중요한 것이 인공지능의 전면적인 활용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잘 개발하고 활용하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살아남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한 경제만이 선도국가 지위를 누릴 수 있고, 그러지 못한 경제는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에 기술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이 다분하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지면 관계상 다음 칼럼에서 다뤄 볼 생각이다. 단, 모든 경제주체들이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점만 우선 말해둔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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