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한국의 선택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철저하게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대외정책을 주도했던 외무장관 헨리 존 템플(파머스턴 경)은 “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고 영구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0시대에 템플의 발언은 다시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특히 관세인상과 자국 기업에 대한 감세 조치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10%의 보편 관세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에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콜롬비아, 멕시코, 캐나다에 보복 관세를 시도했고,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관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석유, 철강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2024년 한국의 수출 총액 중 대미 수출 비중은 18.7%로 중국(19.5%)에 이어 두 번째이고, 일본에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국 8위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균형과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로 채택한 트럼프에게 한국은 언제든지 추가 관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관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월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콘퍼런스에서 “한국이 세탁기 같은 제품을 덤핑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하이오주 작은 마을 사람들은 공장 문을 닫을 뻔했다”면서 보호무역 강화를 재확인했다.

둘째, 트럼프는 해외기업의 미국 이전을 유도하고, 국내기업의 해외 아웃소싱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연방법인세율을 15%로 낮추고, 투자비용과 연구·개발비에 대한 조세감면을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아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불공정 제재를 이유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도입된 디지털세에 반대하고,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탈퇴했다. 감세 조치로 줄어든 세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축소와 관세인상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전성민(가천대)·강형구(한양대) 교수의 연구(2024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가 국세청에 신고한 2023년 국내 매출액과 법인세는 각각 3653억원과 155억원이었지만, 실제 매출액은 최대 12조1350억원으로 추산되어 매출액 대비 법인세 비용은 0.13%에 불과했다. 카카오 4.0%, 네이버 9.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결정적 이유는 대부분의 국내 매출액을 싱가포르 법인에 귀속시켜 법인세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조치는 ‘원천지국 과세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한국의 세수 기반을 침해하는 결정이다.

셋째, 2024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10대 글로벌 위기 중 4개가 기후위기와 관련되어 있다. 2015년에 채택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는 현재 전 세계 190개 이상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을 통과시켜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에너지정책과 관련된 모든 해외 참여에서 경제적 효율성, 미국의 번영 촉진, 소비자 선택 및 재정 제약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했다.

트럼프의 예상과 달리 보호무역과 감세, 반이민 정책 등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재정수지적자와 무역수지적자가 확대될 경우 한국경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 다자주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국제협력과 연대에 기반하여 구조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다만,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불균형과 불평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조율이 필요하다.

먼저 혁신의 생태계를 조성하여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으로 구성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전략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미·중·일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법인세제는 기업의 배당성향과 사내유보금, 투자 및 고용효과,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편 방안을 모색하고, 환경·에너지세의 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남북 간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분배구조의 개선으로 내수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트럼프 2.0시대의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금의 정치 불안이 조기에 수습되어야 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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