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주민 귀향 방해 등 이스라엘이 합의 위반” 주장
트럼프, 15일까지 ‘전원 석방’ 요구…이, 전쟁 준비 돌입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10일(현지시간) 인질 가족들이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 밖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진통 끝에 극적으로 성사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채 한 달도 안 돼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15일로 예정돼 있던 이스라엘 인질 3명의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정오까지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 발표 후 휴전이 2단계 전환을 위한 협상으로 진전되기는커녕 양측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스라엘에 결정권이 있다면서도 15일 정오까지 남은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가자지구에) 온갖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3주간 적(이스라엘)이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15일로 예정된 인질 3명의 석방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베이다 대변인은 “그들은 가자 북부 주민의 귀환을 늦추고 주민들에게 총을 쐈으며,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 지급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마스는 인질 인계가 예정된 날짜보다 닷새 앞서 연기 발표를 한 것은 이스라엘이 휴전 의무를 이행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점령군이 의무를 다하면 수감자 교환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맹비난하면서 기다렸다는 듯 전쟁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군인들의 휴가를 전면 취소하고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인질 가족들은 남은 인질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휴전 합의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으나, 극우 강경파를 중심으로 전쟁을 당장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휴전에 반대하며 이스라엘 연립정부에서 탈퇴한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전 국가안보장관은 “전쟁으로 돌아가 (가자지구를) 파괴해야 한다”면서 “공중과 지상에서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퍼붓고 전기, 연료, 물 등 가자에 들어간 인도주의적 지원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5개월간 전쟁 끝에 지난달 19일 6주간 휴전에 가까스로 합의했으나, 최근 들어 서로 상대방이 휴전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가자지구 전후 구상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개발 선언과 거친 발언이 이어지며 중동 정세는 다시 시계 제로의 혼란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휴전이 끝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 한편,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자신의 ‘가자지구 부동산 개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원조 중단’ 카드를 꺼내 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자지구에서 몰려난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용을 거부한다면 양국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