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2.0%에서 0.4%P 하향
정국 불안 지속 땐 “더 낮출 수도”
내수 부진…수출 환경 악화까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가 1.6%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개월 전 전망치보다 0.4%포인트나 뚝 떨어뜨린 것으로, 주요 정부기관이 내놓은 전망치 중 가장 낮다. KDI는 정국 불안이 길어지면 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3 비상계엄이 촉발한 정국 불안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1%대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DI는 11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인 2.0%보다 0.4%포인트 낮춘 1.6%로 발표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8월 2.1%에서 11월 2.0%로 내렸는데, 이번에 1%대 중반까지 다시 낮춘 것이다. KDI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와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보다 낮고 한국은행(1.6~1.7%)과 비슷하다.
KDI는 “최근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높았던 수출 증가세가 조정되면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1.6%로 내렸다. 고금리와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으로 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 투자도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역성장(-1.2%)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통상환경 악화로 1.8%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KDI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급등했다”고 짚었다. 다른 수출 산업의 부진이 반도체 호조세를 상쇄할 것으로 보면서 상품 수출 증가 전망을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KDI는 내수 부진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직전 전망치와 같은 1.6%로 유지했다. 내수 부진으로 고용도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통상 갈등이 더 심해지거나 정국 불안이 길어지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되면 내수 개선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고, 대외적으로는 “통상분쟁이 격화하면 한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