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가해교사에 ‘재휴직’ 권했지만 교육청은 “불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뒤 교육계에서도 재발 방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 징후를 보이는 교사를 즉각 분리하고, 이 같은 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학교 관리자의 개입을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조만간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취합해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김하늘양(8)을 숨지게 한 40대 교사 A씨는 이상 징후를 보였으며, 대전시교육청이 분리 조치 의견을 전달했지만 실제 분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교육계에선 교사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즉각 분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교 안에서의 폭력 행위는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에서 즉각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주요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질병휴직제도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질병휴직에 들어갔다 20여일 뒤 복귀했다. 학교 측은 A씨가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상 징후를 보이자 ‘재휴직’을 권했다. 대전교육청은 국가공무원법령상 같은 사유로 질병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재휴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질병휴직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오늘부터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교원인사제도에만 집중하기보다 안전한 학교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도권의 한 교육감은 “질병휴직제만 손본다고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교사가 폭력을 행사할 경우 학교 관리자의 개입 권한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장은 “이상 징후를 보이며 학생·동료에게 해를 끼친 교사에게는 별도 기준을 정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대책 마련과 조사를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근본적인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학교가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배우고 생활할 수 있도록 조속히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12일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과 만나 대책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