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헌재 공격하면서도 향후 수사·재판 ‘악영향’ 우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윤 대통령에게 체포·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공격하는 데 대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 운명을 흔들 수 있는 기관들과 등져서 좋을 게 없다는 걱정이다. 법치를 강조하는 보수당이 사법부를 흔드는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11일 통화에서 “경찰이나 공수처 내에서 우리 당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요즘은 사법부도 계속 때리고 있는데, 맞는 쪽에서 우리를 좋게 보겠나. 나중에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사기관과 사법부 내에 국민의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쌓이면 향후 국민의힘이 받게 될 수사나 재판, 심판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에서 패한다면 소수 야당이 될 국민의힘을 겨냥한 대대적인 적폐 수사와 재판이 전개될 수 있다는 걱정도 담겨 있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달 윤 대통령 체포 국면부터 지속적으로 경찰, 공수처, 법원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연결 지으며 비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16일 “이재명 세력은 공수처와 경찰을 겁박해 숙청의 도구로 악용했다. 공수처는 민주당의 사병”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같은 달 19일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을사늑약이 연상된다”며 “사법부의 공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도 했다.
최근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가 편파적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헌재가 누가 봐도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한다”고 했고, 권 원내대표는 “정치재판소”라고 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만나 “다른 곳은 몰라도 사법부는 법치의 보루인데, 그 판단을 신뢰해야지 보수당이 불신을 조장하면 안 된다”며 지도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