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 차르 “교황은 교회에 충실하길” 반발

미국에서 추방되는 이민자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앨패소에서 족쇄를 찬 채로 군수송기에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측은 “교황은 가톨릭 교회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11일(현지시간) 교황청 공보실에 따르면 교황은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서한을 보내 불법 이민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이라는 진실이 아니라 힘에 기반한 조처를 하는 것은 당초부터 잘못된 것이며, 결국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가톨릭교회의 모든 신자들에게 이민자와 난민 형제자매들을 차별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는 주장에 굴복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부터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섰다. 교황은 이를 “미국의 중대한 위기”라고 규정한 바 있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에도 이탈리아 방송사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교황의 비판에 곧장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 톰 호먼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교황에게 해줄 가혹한 말이 있다”며 “교황은 가톨릭 교회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경 단속은 우리에게 맡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먼은 또 “교황은 국경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공격하려는 것인가. 교황은 바티칸 주변에 성벽을 갖고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로마 한가운데 위치한 바티칸이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교황은 자기 자신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벽을 가졌지만, 우리는 미국 주변에 성벽을 쌓을 수 없다는 거냐”며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