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살 아이가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 교문 옆에 지난 11일 추모객들이 두고 간 편지와 국화꽃이 놓여 있다. 대전 l 문재원 기자
김하늘양(8) 피살 사건 이후 가해 교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출신’이라거나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는 등의 근거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다.
12일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교사 A씨를 전교조와 연결짓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게시글 일부에는 “(A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만큼 심각했는데 지난해 12월 복직 가능했던 이유가 전교조 대전지부의 압력과 협박 때문”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학교 교장과 교육청에서는 A씨에게 반강제적인 사직을 권유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전교조 간부 출신인 A씨를 복직시킨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나 교육당국 조사에서 아직까지 A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던 사실이 확인된 바는 없다. 그가 전교조 간부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가해 교사로 지목된 40대 여고사는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며, 대전지부는 학교나 교육청에 어떤 압력이나 영향력도 행사한 적이 결코 없음을 밝힌다”면서 “허위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한 이들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양(8)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온라인 상에서는 A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A씨가 조현병이 있고, 복직 후에도 호전되지 않아 정교사지만 담임은 안주고 돌봄업무를 준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다. 한 인터넷 기사에도 “A씨가 조현병 증세로 휴직했다 지난해 12월 복직했으며,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교사가) 돌봄교실 보결수업을 맡은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려 있다. A씨는 우울증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휴직했다 복직 했으며 경찰 조사에서도 자신이 2018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고 진술했으나, 조현병 진단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가 돌봄교실 업무를 맡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A씨의 범행이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정신겅강복지사업지원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범죄에 대해서는 철자한 수사로 죄값을 치르도록 해야하지만 가해자의 특정 진단명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편견만 가중시킬 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충격적인 사건이 또 다른 편견과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일부 교사들의 반응도 도마에 오른다. 김양 아버지가 딸의 휴대전화에 주변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사건 발생 직후 가해 교사로 추정되는 여성의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한 것을 두고 일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화살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 아버지는 이와 관련해 “하늘이 기사에 악플 다는 분들이 있다. 실시간 소리 듣기가 가능한거냐 하는데 구글에 쳐보면 나오는 무료 제공 앱이고 녹음이 되지 않고 들을 수만 있다”며 “모든 악플 정보를 수집해서 다 처벌받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