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A씨(37)는 오는 9월 전세계약이 끝나면 단지 내 반전세로 옮길 생각이다. A씨는 “4년 전 계약했을 때보다 주변 전셋값이 2억원이나 올랐다”면서 “새로 계약을 체결하면 시세대로 올려줘야 하는데 전세대출을 또 받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가 현재 부담하고 있는 전세보증금 대출이자는 월 150만원 수준이다. A씨는 “대출이자나 월세나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차라리 보증금을 줄여 목돈을 쥐고 있다가 청약이라도 넣어보는 게 이득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2일 발표한 ‘2024년 12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한 해 동안 5.23% 상승했다. 2023년 하락 폭(-6.94%)을 거의 회복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4.67%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 폭이 매매 가격 상승 폭보다 컸다.
전세 가격 상승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일시적인 집값 급등에 피로감을 느낀 ‘매매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쏠린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전셋값 상승세가 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전세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전세의 월세화’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R114가 2023~2024년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비중은 44.0%(2만3657건)으로, 3분기 대비 3.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세비중은 59.3%에서 56.0%(3만 112건)로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재계약 비중도 지난해 3분기에 전분기 대비 28.5%, 4분기는 31.5%까지 증가했다.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 대출을 추가로 받아 발생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는 것보다 보증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월세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높아진 전셋값의 문턱을 넘지 못한 수요자들이 신규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기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월세 계약을 연장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