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첫 해외 배터리 공장
미·중 무역전쟁 와중 가동 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24년 1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스페이스X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첫 해외 배터리 생산공장인 상하이 메가팩토리가 지난 11일 가동에 들어갔다.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실세이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더욱 깊어졌다.
12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날 상하이 린강 자유무역구에 있는 메가팩토리에서 준공식을 열고 가동을 시작했다. 테슬라의 세 번째 중국 생산시설인 상하이 메가팩토리는 축구장 30개 면적에 해당하는 20만㎡ 부지에 총 14억5000만위안(약 2900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대규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인 메가팩을 생산한다.
상하이 메가팩토리는 연간 약 40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연 1만3000가구, 또는 중형 공장 40개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테슬라는 상하이 메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메가팩을 중국 또는 제3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마이클 슈나이더 테슬라 부사장은 준공식에서 메가팩토리가 착공에서 가동까지 불과 8개월이 걸렸다며 “상하이와 테슬라의 속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나 투자의사를 밝혔다. 상하이 메가팩토리는 그 다음 달인 지난해 5월 착공했다.
2019년 상하이에 지어진 테슬라의 자동차 공장 기가팩토리는 1년 만에 준공을 완료한 바 있다. 기가팩토리는 연간 11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한다. 테슬라는 이 밖에도 연간 1만대의 충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상하이에 두고 있다.
메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야심 찬 사업 다각화 구상의 결과물이다. ESS용 배터리는 대형 전력회사나 공공인프라,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된다. 각국 보조금 정책이나 경기상황의 영향을 받는 전기차보다 더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발달은 ESS업계에 호재이다.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메가팩토리 가동을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도 중국이 해외 비즈니스에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성공적 글로벌 협력 사례라고 전하고 있다. 중국 국무부는 지난 10일 외국인 투자 장려책을 발표했다. 테슬라가 상하이 고용과 세수에 기여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무역전쟁이 격화하더라도 중국 당국이 테슬라를 조사하는 등의 일은 벌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중국과 이해관계가 더욱 깊어졌다는 점은 미국 공화당의 대중 강경파 인사들과 머스크의 틈을 더욱 벌어지게 할 수도 있다. 공화당 일부 강경파는 머스크의 중국 투자를 비난하며 미국의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머스크는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에 반대한다. 다만 중국 자동차 업계를 견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머스크와 공화당 강경파의 견해는 일치한다.
중국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이는 어려운 일로 보인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이 시작되면 머스크가 의제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어렵다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