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대선 출정식’ 방불케 한 개헌 토론회···발걸음 빨라진 여권 주자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개헌 토론회를 열고 사실상 조기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여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지방분권을 골자로 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대통령에게는 외교·안보와 국방 권한만 남겨놓고 내치에 관련한 모든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히 이양해야 제왕적 대통령제와 의회 폭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해 48명의 현직 의원이 참석했다. 여당 소속 의원(108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권 비대위원장은 축사에서 “핫(Hot)한 분”, 권 원내대표는 “사랑하는 친구”라며 오 시장을 치켜세웠다. 당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와 대구·경북(TK) 지역 중진들뿐 아니라 친한동훈(친한)계도 모습을 비쳤다. 또 다른 여권 대선 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자리했다. 오 시장 지지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토론회장은 대선캠프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오 시장이 개헌 토론회를 기점으로 조기 대선 준비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 이슈에 소극적인 점을 겨냥해 개헌 카드를 고리로 대선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선 행보와 연계하는 시각은 동의할 수 없다”며 “헌재 결론이 난 다음 조기 대선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다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도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사전투표 폐지론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조기 대선 언급에 선을 그으면서 보수 지지층에 소구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다”며 헌재 공세에도 가세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설 연휴 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통화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만 먹고 헤어졌고 대선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대선 주자들도 몸풀기에 들어갔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조기 대선 행보냐’는 질문에 “지금은 공정한 헌법 재판이 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게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며 “그에 따라 대통령의 복귀가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는 강성 지지층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시간 정도 배석자 없이 신년인사와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핵심판이 점점 수긍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다”면서 “더이상 당내 배신자들이 나와선 안된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대선 주자들을 견제하는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1위를 기록 중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를 찾을 때마다 현안 관련 입장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일 좋은 건 대통령이 빨리 복귀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과 회동한 것 역시 대선 준비 행보라는 분석이 많다.

‘탄핵 찬성파’ 주자들도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 활동 재개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이) 2월 하순에 시작되는데 그 기점이 가장 빠른 (한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시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며 중도층 확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갤럽에서 20~30대만 (여론)조사를 했을 때, 이 대표와의 1대 1 가상 대결에서 제가 1위를 했다”며 “중도 확장성이 큰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며 중도 확장을 통한 대선 승리 의지를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