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24년 9월 0.5%를 시작으로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5.25~5.5%였던 기준금리를 현행 4.25~4.5%로 낮춘 이후 처음으로 멈춰선 것이다. 연속 인하 기조가 흔들린 점도 이슈였지만 보다 부각된 것은 향후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당시 2025년 말에는 3.0% 수준으로 금리를 낮출 것이라던 전망과는 다르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4.0% 내외의 기준금리를, 즉 지금보다 불과 1~2차례 추가 인하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준 내 비둘기파의 수장격이라 할 수 있는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 역시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매파적인 발언을 하면서 이런 시장의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이렇게 확연하게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에서 찾을 수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3%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부터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물가 상승 목표를 상회한 상태를 거의 4년여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상당히 다르며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수렴하는 시기 역시 2026년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물가지표가 목표치를 넘어서는 것도 이슈이지만, 보다 큰 문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이다. 지난 2월7일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 1년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면 지난달 대비 1% 이상 상승하며 4.3%를 기록했다. 이 정도의 큰 폭 상승세는 14년여 만에 처음인데, 단기 물가 상승 기대뿐 아니라 5년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지난달 높은 수준을 형성하며 사람들의 물가 상승 기대가 다시금 커지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으면 작은 물가 상승 변화 혹은 예상에도 물가 자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폭넓게, 그리고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우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물가 안정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2021년 물가 상승 가능성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주장하며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갔던 실수를 범했던 연준이기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신중을 기하는 쪽으로 스탠스를 전환한 것은 일견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난해 8월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 역시 연준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2024년 7월 말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침체 가능성을 높이면서 연준의 조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기대를 키웠는데, 일본의 금리는 빠르게 높아지는 반면 미국 금리가 빠르게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자 ‘달러 약세·엔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미국에 투자돼 있던 엔 자금이 빠르게 일본 본토로 회수돼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된 바 있다. 당시 일본은행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면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미·일 양국 간의 금리차는 엔화 유동성 불안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 지난 1월 말 일본은행은 0.25%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인플레이션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빠른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 역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엔화 유동성 불안이라는 두 가지 변수는 연준에 더욱 신중한 행보를 강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감세 등 정책이 낳을 수 있는 예상 외의 돌발 효과를 감안할 때, 연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