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판정 들어서는 헌법재판관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인 12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재 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계엄 위법성·포고령 1호 등
5가지 주요 쟁점 공방 마무리
13일 조태용·김봉식 등 증인
체포조 사실 확인 이뤄질 듯
추가 증인신문 없이 종결 땐
늦어도 내달 중순 선고 전망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예정된 변론은 13일 열리는 8차 기일이 마지막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심판정에 출석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헌재가 탄핵심판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주 2회 변론을 진행해 주요 쟁점에 대한 공방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 5대 쟁점 사실관계 확인 ‘마무리’
헌재는 탄핵심판을 시작하면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크게 5가지로 정리했다. ‘비상계엄 선포’ ‘계엄포고령 1호 발표’ ‘군·경찰 동원한 국회 방해’ ‘영장 없는 선관위 압수수색’ ‘법조인 체포 지시’ 등이다. 헌재는 이를 살피기 위해 총 15명의 증인을 불렀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의 마쳤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따지는 과정에서는 ‘비상계엄 국무회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다. 국회 측은 “회의록도, 서명도 없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실질 있는 회의였다”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증언 등을 토대로 비상계엄 선포가 절차적 적법성을 갖췄다고 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막는 내용이 담긴 ‘포고령 1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가 썼다”며 책임을 떠안았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이 ‘경고용 문건’에 불과해 김 전 장관이 작성한 포고령을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포고령을 발령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란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상계엄 당일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했다거나,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를 두고는 증언이 엇갈렸다. 다만 ‘선관위 장악’에 관해서는 윤 대통령이 “제가 김 전 장관에게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내라고 했다”고 시인했다.
■ 증거·증언서 나온 ‘새로운 단서’
헌재 변론에서는 계엄 당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들이 나왔다. 6차 변론에서는 ‘주요 인사 체포조’ 의혹의 핵심 단서로 꼽히는 이른바 ‘홍장원 메모’가 심판정 스크린에 띄워졌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주요 정치인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하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작성했다는 메모다. 정확히는 홍 전 차장이 급하게 쓴 메모를 비서가 옮겨 적은 것이다. 메모에는 체포 대상 명단과 함께 ‘검거 요청(위치 추적)’ ‘1조’ ‘2조’ 등이 쓰여 있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조’를 언급하며 체포 대상자를 1·2조로 구분해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홍 전 차장에게 전달된 구체적 내용이 실물 메모를 통해 밝혀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 탁자에서 ‘단전·단수’ ‘소방청장’이라고 적힌 쪽지를 봤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쪽지를 보고 만일의 상황을 염려해 소방청장에게 전화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3월 무렵 김 전 장관 등과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비상조치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신 실장은 “위험한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을 말렸고, 조태용 국정원장도 “외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 탄핵 선고는 언제쯤?
13일 8차 변론에는 조 국정원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헌재는 조 원장과 김 전 청장에게 주요 인사 체포조에 관해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구체적 진술을 거부하자 조 단장을 통해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병력이 투입된 경위를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0일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과 박경선 전 서울동부구치소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강 실장은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관련 사안으로, 박 전 소장과 신 본부장은 계엄군에 의해 체포될 인사들의 구금 장소 관련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을 기각하면 이번 탄핵심판의 변론은 13일 8차를 거친 다음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 등을 듣는 최종 변론으로 접어들게 된다. 전례에 따르면 헌재 최종 결정은 마지막 변론기일로부터 약 2주 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일정을 따르면 늦어도 다음달 중순에는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