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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자리 잡도록 힘 더 실어줘야”…“검찰처럼 세지면 통제 안 돼”

입력 2025.02.12 20:39

수정 2025.02.1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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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수사기관으로서 존립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의구심을 낳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한 차례 실패한 다음 경찰 주도로 체포에 성공하는 등 수사 절차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수사 자료도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공수처는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에 힘입어 2021년 1월 출범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공수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하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 존재 자체가 비대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권력자의 부패를 수사하는 전문기관을 만들자는 구상은 1996년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에 처음 담겼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려 했지만 검찰 반발로 무산됐다. 2004년 노무현 정부도 기소권 없이 수사권만 가진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정부안을 내놨지만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반대를 꺾지 못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 설립을 추진해 2019년 국회 통과에 성공했다. 시민사회에서 공수처 설치 구상이 나온 지 2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검찰과 국민의힘의 반대를 뚫은 힘은 시민의 공감과 지지에서 나왔다.

국회가 2017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87.0%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고, 72.2%가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기소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을 독점한 검찰에 대한 반감이 컸다. ‘정치검찰’의 자의적 수사·기소를 막으려면 비대한 권한을 분산해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했다. 2020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졌으면서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라며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은 검찰의 대표적 ‘봐주기 수사’ 사례로 지적된다. 경찰이 성접대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 김 전 차관 수사에 착수하자 검찰은 영장 신청을 10차례 반려했다. 경찰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동영상 속 남성을 특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했다. 검찰은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태세를 전환해 김 전 차관을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이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라고 인정했어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었다.

2008년 ‘미네르바’ 사건에선 이명박 정부 경제 위기론을 주장한 누리꾼 박대성씨를 검찰이 구속 기소해 정권에 충성하는 ‘표적수사’라고 비판받았다.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선 유우성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과거 기소유예 처분한 별도 사건으로 유씨를 ‘보복 기소’해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2016년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에선 검찰이 경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사건을 빼앗은 뒤 불구속 기소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시민사회에선 공수처가 앞으로 제대로 수사하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계엄 수사에서 실망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공수처 존재 자체로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집권 세력에 대한 감시가 될 수 있다”며 “다음 정부에선 공수처가 확실히 자리를 잡도록 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검찰처럼 힘이 세지면 통제할 방법이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검경 사건을 골라서 가져오고 보내는 권한까지 가진 공수처를 통제 장치 없이 강화하면 위험하다”며 “지금은 공수처가 무능력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세월이 지나 수사 실력과 경험이 쌓이면 검찰 이상의 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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