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관세조치에 세율·품목 등 변칙적 부과 가능성
한국 일단 ‘열외’ 전망…무역적자 큰 베트남·EU 노릴 듯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관세 관련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할 때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다음 행보가 사실상 예측 불가 영역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조만간 부과할 것으로 밝힌 상호관세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에 25%·10%포인트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앞으로 몇주간 철강과 알루미늄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며, 그 외 다른 두어개 품목에 대해서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언급한 ‘상호관세 부과 시기’를 묻자 “며칠 안에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상대국 제품에 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만큼 자국도 같은 세율만큼 부과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번에 내놓을 상호관세는 기존 개념과는 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 입장에서 기존 개념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고 ‘이것이 상호관세’라고 하면 다른 나라들은 상호관세로 여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대국보다 높은 세율 혹은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우려해 더 낮은 세율로 부과할 수도 있고, 같은 품목이 아닌 다른 품목을 대상으로 비슷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비켜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관세의 경우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연합(EU)이나 베트남 등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보면, EU에 속하는 아일랜드(865억3800만달러)와 독일(846억8200만달러)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미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반면,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만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베트남도 미국의 관세 조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에서 베트남은 중국·멕시코에 이어 3번째로 적자 규모가 큰 국가다. 지난해 미국의 대베트남 적자 규모는 1234억5600만달러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적자와 관련해 베트남이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경로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미국을 찾은 일본을 빼면, 적자 규모 순서상 다음 차례가 한국으로 여겨진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어떤 조치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모든 경우의 수를 보며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그 외 한국을 포함한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 수출이 최대 1조2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정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 중소기업 지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대기업의 수출이 줄어들어 중소기업의 중간재나 공급 관계가 감소하는 부분과 대기업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을 때 파급효과 등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