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직원들, 경징계 반발
MBC는 사태 부실 대응 논란
진보 매체로 분류되는 MBC와 한겨레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졌다. 괴롭힘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사측의 대응 과정에서 논란이 커져 언론사 조직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직원 101명은 지난 11일 사내에 ‘직장 내 괴롭힘, 이제 최우성 사장이 답하라’는 제목의 연판장을 붙였다. 이들은 “한겨레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필요 없다”며 “구성원을 보호하기보다 간부 지키기에 급급한 회사의 태도에 많은 구성원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최근 돌봄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 뉴스룸 부국장 등이 가족회의 내용과 간병계획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한겨레 노사공동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괴롭힘이 있었다고 결론 냈다. 사측은 해당 부국장에게 경징계인 견책을, 뉴스룸 국장에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후 한겨레 여론미디어팀이 이를 비판하는 민주노총 언론노조 성명을 기사화하려 했으나 반려됐고, 팀장은 보직사퇴했다. 한겨레 직원들은 “한겨레 내부가 이런데도 뉴스룸 구성원들이 괴롭힘, 따돌림, 성희롱 등 폭력적 직장 문화를 바꾸자는 기사를 떳떳하게 쓸 수 있을까”라고 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회사도 이 사안의 심각성과 연서명하신 분들의 문제의식을 알고 있다”며 “사규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치를 진행하고 있고, 이와 함께 조직문화나 제도와 관련한 진단·개선 방안 마련을 인사위원회가 사측에 건의한 상태”라고 했다.
MBC도 최근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 MBC가 입장문을 내놓았으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의 준동에도 우려를 표한다” 등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구성원의 죽음과 관련해 반성하기보다 진영 논리를 앞세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가 실질적인 노동자처럼 일하는 방송제작인력 상당수를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며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한 오 캐스터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 2·3)을 적용받으려면 노동자성을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MBC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하며 고인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오 캐스터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라며 “MBC의 진상규명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