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씨(78)의 재심이 열린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최근 최씨의 중상해 사건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를 인용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진술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며 “재심청구의 동기에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자인 최말자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56년 만의 미투, 60년 만의 정의’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재심의 기회가 열린 것과 관련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씨는 10대 때인 1954년 자신을 성폭력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받은 후 70살이 넘어서야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청구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정지윤 선임기자
[플랫] 성폭행 가해자 혀 깨물어 징역형…최말자씨, 60년 만에 재심 길 열렸다
[플랫]자신을 성폭행하려는 자의 혀를 깨문 죄, 59년의 억울함과 분노
이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영장 없는 체포·감금이 이뤄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씨(당시 21세)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되게 한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 만인 2020년 5월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고,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최씨는 2021년 ‘원판결에 오류가 없다’고 본 부산지법, 부산고법의 기각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2월 파기환송했다.
▼ 김정훈 기자 jhkim@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