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엄 선포 전 안가 회동은 김용현 요청”
안가서 국회 투입 경찰 배치 그림 그리면서 ‘논의’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경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회 경찰력 배치는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봉쇄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윤 대통령 공소장에 김 전 청장이 포고령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언급하며 국회의원의 국회의사당 출입을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명시했다.
김 전 청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 상황이라 우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 경찰을 배치했다”며 “질서 유지 차원에서 (국회) 차단이 이뤄졌고 그게 잘못됐다는 조치인 줄 알고 바로 (차단을) 해제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 당일 6개 규모의 경찰 기동대를 국회 출입문에 배치한 것이 국회 봉쇄가 아니라 단순히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이 실행되니 많은 분이 몰려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계엄군이 국회에서 충돌한다고 하니 안전사고, 시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배치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을 포함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관계자를 조사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경찰력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국회를 봉쇄했다고 명시했다. 앞서 검찰은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김 전 처장이 직접 무전망으로 ‘서울경찰청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합니다. 포고령에 근거해서 일체 정치활동이 금지됩니다. 현 시간부로 국회의원 및 보좌관, 국회사무처 직원들도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기 바랍니다’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함께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계엄 선포 이후 임무가 담긴 A4용지 1장 분량의 문건을 각각 전달받았다. 검찰은 이때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이 국회의사당과 민주당사, 언론사 MBC, 여론조사 꽃 등 기관을 봉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A4 문건 상단에 ‘2200 국회’라는 글귀가 쓰인 것은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에 국회에 출동해야 한다는 뜻으로 ‘질서유지’ 차원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 국회 이외에도 “MBC와 여론조사 꽃도 적혀있었던 건 이후 언론보도를 보고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다만 문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평소에도 보고문서를 잘 파쇄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한 것”이라며 “내용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계엄 선포 전 대통령 안가에서 김 전 청장과 조 청장을 부른 건 김 전 장관이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저녁 7시에 국방장관이 찾아와 국회 경내 배치하는 군의 숫자가 적다 보니 외곽 경비를 경찰에 지원 요청하는 것이 맞겠다고 해서 삼청동에서 만나게 됐다”며 “제 기억에는 종이를 놓고 장관과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이 국회 외곽에 경찰 경력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대통령 안가에서 그림을 그려가며 국회에 투입할 경찰 경력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김 전 청장과 같이 A4 문건을 받은 조 청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었지만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6차례 직접 전화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조 청장에 대해 증인신청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형식 헌재 헌법재판관은 “내일(14일) 평의를 할 테니 사유를 상세히 써서 신청서를 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