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차례 이산가족 상봉한 건물 철거…‘인도주의 교류’ 완전 끊기나

곽희양 기자

금강산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시작돼

2009년~2018년 5차례 이산가족 상봉 이뤄진 곳

‘같은 민족’ 전제 없앤 ‘적대적 두 국가’ 후속 조치

3만6000여명의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 더 옅어져

북한 자체 구상한 관광활성화 위한 조치이기도

금강산관광지구인 강원 고성군 오정리 조포마을에 위치한 이산가족면회소의 본관 건물.  통일부 제공

금강산관광지구인 강원 고성군 오정리 조포마을에 위치한 이산가족면회소의 본관 건물. 통일부 제공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건물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후 시행해온 단절 조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민족 동질성을 확인하고 분단의 아픔을 치유해 온 ‘인도주의 교류’의 상징적 공간마저 허물어지면서 남북 단절 국면이 심화하게 됐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철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이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 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고 말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남북 인도주의 교류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2002년 제4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건설을 추진했고, 공사비 550억원을 들여 2008년 7월 완공했다. 2009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다섯 번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 곳에서 이뤄졌다. 면회소는 지하 1층~지상 12층의 본관 건물과 지하 1층~지상 3층의 부속 건물로 2개로 구성된다. 현재 북한은 본관 건물의 전망대와 외벽, 부속 건물의 벽체를 철거하고 있다.

이는 남북 단절 조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북을 ‘동족’(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지난해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로를 폭파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부 지역에 방벽·철책을 설치했다. 북한 ‘애국가’ 가사에서 한반도를 의미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도 없앴다.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산가족’이라는 표현은 하나의 ‘민족’을 전제로 하는데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면서 북한은 ‘김일성 민족’이고, 남한은 ‘대한민국 족속’이라고 구분했다”며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개념조차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은 3만6941명이다. 90세 이상이 1만1349명(30.7%), 80세 이상이 1만2845명(34.8%), 70세 이상이 6827명(18.5%)이다.

북한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협상이 결렬되자 그해 10월 금강산을 시찰하면서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남측을 배제한 채 독자적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딸 주애와 원산시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해 “금강산관광지구와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연결하는 관광문화지구를 잘 꾸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구상한 관광산업을 완성시키기 위해 선대가 이뤄놓은 남북협력의 흔적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철거로 금강산 주요 남측 시설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북한은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해금강호텔, 금강산 골프장 숙소, 온정각, 구룡빌리지, 소방서,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 남측 민간·정부 소유 건물을 철거했다. 북한이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는 모습은 아직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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