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1일 열린 한국거래소 핵심전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며 만든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지수(밸류업지수) 종목 3개 중 1개는 지배구조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등급에서 최하점을 받은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밸류업 지수가 과연 신뢰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13일 밸류업지수 전 종목(105사)을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지배구조 등급과 대조한 결과, 전체의 34.3%(36사)가 B이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밸류업지수 상장사 3곳 중 1곳은 지배구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내 대표 ESG평가 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10월 전 유가증권 상장사와 주요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등급을 발표한다. 등급은 S부터 D까지 총 7단계로 부여된다. B이하 등급은 지배구조 등이 취약해 개선이 필요한 ‘열위’ 등급으로 분류된다.

전체 종목 중 지난해 C이하 등급을 받은 상장사 비중도 20%(21사)에 달했다. 한미반도체(D), DB하이텍(D), 리노공업(D) 등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종목은 지배구조 등급에서 최하점을 받았지만 밸류업지수에 포함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기 전인 2023년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38.8%(40사)가 지배구조에서 B등급 이하를 받았고 23.3%(24사)는 C등급 이하를 기록했지만 밸류업지수에 포함됐다.
특히 2년 연속 B이하로 지배구조에서 ‘낙제점’을 받은 밸류업지수 종목은 4곳 중 1개꼴인 25개 종목에 달했다. 이 중 동국제약, 한미반도체, 다우데이타, 이수페타시스 등 10개 종목은 2년 연속 C등급 이하를 받았다.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밸류업’의 취지에 맞지 않는 기업들이 밸류업지수에 들어간 것이다.
당장 지난 11일 발표된 밸류업우수기업 선정 기준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지배구조 B등급 이상 종목만 우수기업에 선정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지배구조가 ‘다소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B등급(보통)도 포함된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지배구조 관련해 밸류업지수에서 적당한 평가기준이 없고 선정 기준이 잘못됐다”며 “졸속으로 선정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안정성과 상품성이 중요한 지수의 특성상 지배구조 수준까지 반영하기는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설계시) B등급 이상인 종목만 지수에 들어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코스닥기업이 대거 제외돼 유가 종목으로만 지수가 구성되는 문제가 생겼다”며 “시장에 (지배구조 개선) 분위기가 받쳐저 C, D등급을 제외할 정도가 될만큼의 모수가 확보되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밸류업지수 종목은 오는 6월 정기 변경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