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13일 해제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투기 우려가 적은 지역”이라고 본 것이다. 너무 성급하고 안일하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 부동산을 매매할 때 관할 자치단체장 허가를 받는 제도다. 아파트는 매입 시 2년간 실거주해야 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어려웠다. 하지만 규제가 풀리면서 투기 자금이 유입되고 주변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커졌다.
이번에 해제된 면적은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65.25㎢ 중 13.32㎢에 달한다. 서울시는 2020년 6·17 부동산 대책 당시 이들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처음 지정한 뒤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정비사업단지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등을 허가구역으로 잇따라 지정했다. 첫 지정 후 서울시가 매년 4월과 6월 이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해 미세 조정하긴 했지만, 대규모 해제를 한 것은 처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향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장 분석이 나올 정도로 전격적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걱정된다. 오 시장이 지난달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잠실 등에서는 집주인 매매호가가 1억~2억원 이상 뛰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이어졌다. 대치동의 부동산중개업자는 “서울시 발표 후 매도 희망 가격이 2억~3억원씩 올랐다”고 전했다.
아파트는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 등으로 실제 거래는 없고 호가 상승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휘발성이 강하다. 최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해져 지역 대표 아파트 위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요 단지 가격 상승은 주변으로 퍼지고, 서울 강남권에서 들썩이는 집값은 외곽으로 번지게 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2월 둘째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그간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송파구(0.14%) 등 강남3구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강동구도 이번주 0.06% 상승 전환했다.
섣부른 규제 완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은 지역 간·계층 간 자산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추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차단하고, 이번 해제 조치 역효과가 나타나면 즉시 재지정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밝힌 다음날인 1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부동산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