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연대자들, ‘책임 제한’에도 20억원 배상 유지

김지환 기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가운데)이 2010년 11월17일 울산공장을 점거한 채 농성하고 있다. 좌우로 사측의 관리직들이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가운데)이 2010년 11월17일 울산공장을 점거한 채 농성하고 있다. 좌우로 사측의 관리직들이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010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에 연대한 이들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하향 조정한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사내하청 노조와 개별 조합원·연대자 등이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책임 비율은 낮아졌지만 회사 손해액이 271억원으로 커서 피고 4명 중 3명은 현대차가 청구한 20억원을 그대로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13일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파업에 연대한 A씨·B씨·C씨·D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A씨·B씨·C씨는 공동해 20억원을, D씨는 A씨·B씨·C씨와 공동해 13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2010년 11월15일부터 12월9일까지 25일간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울산1공장 자동차 문짝 탈부착 생산(CTS) 라인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 C씨를 불법으로 하청업체에서 파견받아 사용했다는 판결을 했으므로 다른 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지회 요구였다. 파업 당시 A씨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B씨는 금속노조 교섭국장, C씨는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 D씨는 해고된 하청노동자였다.

현대차는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며 라인 가동 정지에 따른 고정비 손해 등 20억원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냈다. 피고는 당초 일반 조합원 등 29명이었으나, 사측이 정규직 전환(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한 이들에 대해 소를 취하하면서 C씨 등 4명만 남았다.

원심은 지회와 피고들의 손배해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하지만 회사 손해액이 271억원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피고들은 회사가 청구한 20억원을 물어내야 했다. 대법원은 2023년 6월 피고들이 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을 돌려받은 재판부는 A씨·B씨·C씨의 책임을 15%로, D씨의 책임을 5%로 하향 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쟁위행위를 결정·주도한 사내하청 노조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할 수는 없고, 신의성실의 원칙과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 이념에 따라 A씨·B씨·C씨의 책임을 현대차가 입은 손해의 15%로, D씨의 책임을 5%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책임 비율 조정에 따라 현대차 손해액 중 A씨·B씨·C씨의 책임은 40억7000만원, D씨 책임은 13억6000만원이 됐다. 다만 현대차가 청구한 금액이 20억원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A씨·B씨·C씨에게 40억7000만원이 아니라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에서 “먼저 범죄(불법파견)를 저지른 쪽은 사용자인데 이에 저항했다고 노동자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는 논평에서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제대로 살펴본 것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소송 대상은 쟁의행위를 결정한 주체가 아닌 산별노조 활동가, 정규직 대의원, 해고된 하청노동자다. 이들은 지회가 결정한 파업에 연대한 것으로 애초에 책임질 위치에 있지도, 쟁의행위 결정에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 어디를 봐도 대체 이미 결정된 점거파업에서 집회 사회를 보는 것, 정규직으로서 회사의 불법파견에 저항하는 동료들과 연대하는 것이 어떻게 20억원이라는 손해와 연결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피고들을 대리한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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