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전엔 ‘환경 보호’ 주장
국영기업 적자 탓 입장 바꿔

‘아마존 수호자’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사진)이 해양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석유 탐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영기업 적자 위기를 맞은 룰라 대통령이 환경 정책 방향성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룰라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라디오 디아리오 인터뷰에서 “(석유) 탐사를 원한다. 탐사 전 석유가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 환경 및 재생 가능 천연자원 연구소(이바마)는 정부기관인데 정부에 반대하는 기관 같다”고 비판했다.
이바마는 브라질의 환경 정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기관이자, 브라질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의 해상 원유 시추를 금지한 기관이다. 세계 10대 석유회사로도 꼽히는 페트로브라스는 아마존강 하구 인근 ‘블록 59’ 해상 구역에서 석유 시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바마는 ‘석유 유출 시 야생동물 보호가 어려워진다’며 2023년 페트로브라스의 시추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페트로브라스가 이 결정에 이의제기하면서 굴착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임 대통령을 제치고 2022년 당선된 룰라 대통령은 ‘집권 기간 산림 벌채 제로’ 등 환경보호 공약을 내세우며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2023년 취임 이후 페트로브라스의 석유 탐사는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최근에는 이바마를 향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브라질 매체 리오타임스는 룰라 대통령이 환경 관련 견해를 바꾼 배경에 국영기업 경영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기준 국영기업들의 총적자는 74억헤알(약 1조8593억원)에 달했다. 20년 만의 최고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라질 고위 관료들은 석유 시추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 아마존이 걸쳐 있는 적도 일대엔 약 300억배럴의 원유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보호론자들은 룰라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비판했다. 브라질 환경단체와 학자들의 네트워크 ‘기후관측소’의 마르시오 아스트리니 사무국장은 “석유 탐사는 기후 의제에 모범적인 행동이 아니다”라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의 브라질 개최를 앞두고 새로운 석유 자원을 탐사하는 것은 ‘기후 리더’라는 브라질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