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바닷물을 퍼내 마른 우물에 부으면, 저 섬에 닿을까](https://img.khan.co.kr/news/2025/02/13/l_2025021401000393300041472.jpg)
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
김영탁 지음 | 엄주 그림
안온북스 | 73쪽 | 2만원
<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는 긴 시 같은 그림책이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책 속에 파란 파도가 친다. 파도의 끝에는 가만히 앉아 있는 어린 소녀가 있다. 바다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맞은편 섬 너머의 풍경을 상상하고 있다. 소녀는 호기심이 많다. 바다가 이렇게 넓고 깊지만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맞은편 섬으로 달려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그 풍경을 보지 않고서는 너의 섬도 의미가 없는 것만 같아. 바다를 건너야 했어.”
소녀는 바다를 옮기기로 한다. 매일 바닷물을 퍼 섬에 있는 바짝 마른 우물에 붓는다. 바다와 우물 사이를 몇번이나 오갔을까. 양동이 하나를 끙끙대며 들던 작은 소녀는 쑥쑥 자란다.
![[그림책]바닷물을 퍼내 마른 우물에 부으면, 저 섬에 닿을까](https://img.khan.co.kr/news/2025/02/13/l_2025021401000393300041471.jpg)
어느새 양동이 두 개는 어깨에 메고, 하나는 머리에 얹고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컸다. 소녀가 큰 만큼 바다는 낮아졌다. 어른이 된 소녀는 천천히 꿈에 그리던 맞은편 섬을 향해 걷는다.
차가운 색깔인 파란색과 검은색이 주로 쓰인 그림책인데 내용은 잔잔하게 뜨겁다. 소녀는 힘겹게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마주한 풍경은 기대와 달리 별로 대단하지 않다. 이미 어른의 마음을 갖게 되어서일까. 소녀는 조금 실망하지만 좌절하진 않는다. 뾰족했던 눈이 둥글게 변할 만큼 나이가 들면 예전엔 괜찮지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괜찮아지기도 한다. 과거의 소녀에겐 섬의 풍경을 보는 것만이 중요했지만, 지금 소녀의 어깨 위엔 길에서 만난 작은 해마가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갈래로 생각이 뻗어 나가게 되는 책이다. 무엇인가를 갈망하다 실망한 경험, 바뀐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했던 경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용기를 내 움직였던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