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그릇

조문객에 민어 대접을…죽을 때까지 ‘먹을 걱정’

박준우 셰프

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평소 그에게 끼친 온갖 민폐를 생각하면 부고 소식을 듣자마자 총알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향해야 마땅했지만, 선약을 핑계로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갈 수 있었다.

전해 들은 바로는 고인은 자신의 장례식에 올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이 많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이기 때문이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딸들이 많고, 또 그들의 인망이 두터워서인지 장례식장은 조문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단 조문객 때문이 아니어도 모든 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회상으로 찬다. 그리고 딸이 회상하는 아버지는 더욱 선명하다.

고인은 미식가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먹는 음식만이 아니라 남들이 먹는 음식까지 신경을 써 2023년 6월 어느 날의 일기에는 그와 관련한 내용까지 남겼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장례식은 국이 맛있어야 하고, 오는 손님들은 먹을 만한 음식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그리고 인천이니 정말 좋은 민어를 대접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장례식이 끝나고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고인의 그 글 전문은 조문객 대접을 부탁하고 떠나는 장례식의 주인공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초연하며 품위 있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결국 고인과 고인의 가족은 장례식장에서 민어를 대접하지 못했고, 국을 직접 끓이지 못했다. 가족은 다만 장례식장을 다섯 군데인가 돌며 음식이 가장 맛있는 곳으로 정했다고 했다.

민어의 철도 철이지만, 장례식장이 병원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그곳은 결국 사업장이다. 사업장에는 규제가 따르기 마련이고, 인정으로 외부 음식을 들였다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 가족이 원하는 음식이 무엇이든 쉽게 허락해 줄 수 없었을 것이다. 병원에서 죽는 사람이 많아지니 더 이상 집이 아닌 밖에서 장례를 치르는 일이 익숙해지고, 다들 마당도 없는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서 사는 시대인지라 장례식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더 이상 집을 치우고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품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상에 앉아 나와 함께 국을 먹던 한 시인은 최근 아버지의 장례를 겪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기는 장례식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장례식장을 열어 한 번에 한 가족의 의뢰만 받아 장례를 치르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은 의미 없는 과정과 마음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맛이 없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시인과 내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의 지인은 계속 자신의 남은 가족과 찾아온 조문객들을 챙기고 다니느라 밥은커녕 조문객이 따라주는 술잔을 비울 정신도 없어 보였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먹을 것을 찾아야 하고, 형편이 허락하는 한 가장 나은 음식을 찾는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먹을 걱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고민하고 준비하더라도 쉬이 해결될 일이 아닌가 보다.

박준우 셰프

박준우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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