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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윤석열, 다가올 비극

입력 2025.02.13 21:31

수정 2025.02.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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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피청구인이 서서히 무너지는 중이다. 2월13일 8차 변론에 이르는 동안 윤석열은 믿었던 부하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상처를 받았다.

먼저 1월23일 4차 변론에 출석한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준 문건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시인했으며, 계엄 포고령을 위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인의 동향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인정했다.

얼핏 보면 윤석열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는 충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증언은 문건의 존재와 정치인 체포 지시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월6일 6차 변론에 나온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계엄 당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윤석열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스피커를 켜놓은 상태에서 윤석열과 김용현의 지시를 그대로 예하 부대에 전달했다고 증언했으니 윤석열은 절망이다. 특전사에 윤석열과 김용현 지시를 전달받은 증인이 너무나 많다.

직전의 2월4일 5차 변론에 나온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윤석열이 전화로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거듭 분명하게 증언했다.

2월11일 7차 변론에 출석한 김용빈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국회 소추 대리인이 “선거인명부 데이터를 위변조하려면 서버 등을 확보하고 보안관제 시스템을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선거인명부 작성과 관계된 사람과 지방자치단체, 행정안전부, 그런 데가 관여해야 가능한 것인가”라고 묻자 “논리적으로 그렇다”고 답변했다. 윤석열의 부정선거 의심과 달리 선거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였다.

같은 변론에서 선관위 보안 점검을 수행했던 백종원 국정원 3차장. “(2023년 10월 선관위 보안 점검에서) 선관위 내부 시스템이 침입당한 흔적이 확인된 게 없지 않냐”는 국회 대리인의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역시 7차 변론에 나온 신원식 안보실장. 그가 국방부 장관이었던 2024년 3월의 한 안가 모임에서 윤석열이 시국을 논하다가 비상조치권을 언급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계엄을 건의해야 하는 자신은 김용현 경호처장을 통해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피력한 적은 있다, 어려움 해결에 좋은 솔루션 아니라는 취지로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증언했다. 윤석열의 관점으로는 신원식이 저 혼자 계엄을 반대했다며 빠져나가려는 행태로도 인식될 수 있다. 이 역시 열받을 일이다.

7차 변론에 나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 선포 직전에 대통령 집무실 옆방에서 탁자에 놓인 문건을 “보았다”며 계엄 선포(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3분) 직전 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가 원탁 위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내용이 담겨 있는 문건을 “멀리서 얼핏 봤다”고 했다. 멀리서건 가까이서건 보긴 본 거다. 그 문건을 본 방은 윤석열이 국무위원들과 계엄을 논의하던 바로 그 장소이기 때문에 이 증언은 치명적이다.

헌재 변론의 막바지에서도 정치인과 언론인·성직자 등 체포 대상자 명단을 누가 작성했는지,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준 문건은 누가 왜 작성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이 성공하고 난 뒤의 국가 입법기구 구성 등 과도정부의 통치 모델이 무엇이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 내란 사태가 장기집권 프로그램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증오스러운 정적에 대한 복수극이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정작 중요한 진실에 대한 규명은 추후 과제로 남겨졌지만 이미 윤석열은 한나라군에 포위된 고립무원의 항우와 같은 처지다. 믿었던 부하와 친구와 동문 등 누구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가둔 감옥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법의 심판을 예감하며 윤석열은 이미 심리적으로 패배했다.

호랑이 등 위에서의 윤석열은 카리스마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는 순간의 권력자처럼 초라한 존재도 없다. 이 비극적 현실을 부정하려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하지만 이야말로 ‘호수 위의 달그림자’라는 점을 그가 모를 리가 없다.

술도 없고 유튜브도 못 보는 감옥에서 윤석열이 직면하는 실존적인 위기, 이것이 그가 정적에게 부과하고자 했던 ‘수거되어 버리는 상황’이다. 헌법 심판 그 이후, 참혹한 비극이 오고 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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