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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지난해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중 여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의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폐지를 예고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 스크린 속 성평등을 이루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 서브스턴스. 배급사 뉴(NEW) 제공

영화 서브스턴스. 배급사 뉴(NEW) 제공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애넌버그 포용정책 연구소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4년 북미 개봉 영화 흥행작 100편 중 54편이 여성 주연 영화였다. 여성 주연이 흥행작 중 과반을 넘긴 것은 할리우드 역사상 처음이다. 여성 주연 영화가 100대 흥행작 중 30편에 불과했던 2023년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이런 흐름을 만든 대표 작품으로는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주연으로 나온 ‘위키드’,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데미 무어가 주인공인 ‘서브스턴스’ 등이 있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 2’ 역시 여성 캐릭터가 주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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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설립자인 테이시 L 스미스 박사는 “여성 주연 영화가 돈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며 “이번에 나타난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 때문이라기보다 DEI 정책과 여러 옹호 단체, 영화사의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주연 영화의 상업성이 갑자기 늘었다기보단 여성 주연을 늘리기 위한 사회·정책적 노력이 변화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USC가 이 연구를 시작한 2007년에는 흥행작 중 여성 주연 영화의 비율이 20%에 불과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위키드’의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지난해 개봉한 영화 ‘위키드’의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DEI 정책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발표돼 더욱 이목을 끈다. 스미스 박사는 “관객들은 여성과 유색인종 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어한다”며 “특정 집단의 예술과 스토리텔링은 무시되거나 간과되기 쉽기 때문에 DEI 정책은 계속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할리우드 흥행작 100편 중 유색인종 주연 비율은 25편에 그쳐 전년(37편)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유색인종이 영화 내에서는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에 참여한 캐서린 네프 박사는 “영화계가 여성의 재현을 늘리는 데는 큰 진전을 이뤘지만, 유색인종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최혜린 기자 cher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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