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1층에 있는 선사고대관을 새로 단장했다고 14일 언론에 공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3년부터 2년간 개편 작업을 해왔다.
선사고대관은 인류가 한반도에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청동기를 거쳐 고조선·부여·삼한, 고구려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와 문화가 지나온 자취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에 개편된 공간은 총 1613.38㎡(약 489평) 규모로 1층 상설전시실의 4분의 1에 달한다. 총 1156건, 1807점 유물이 전시된다.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시품 관련 영상·그래픽을 확충하고 연출 기법을 고도화한 것이다. 고고학적 물질문화를 구성·기술하는 것에 집중했던 기존 전시방법 보다 관람객들의 주목도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기존 전시실이 시대순으로 구성돼 있던 것과 달리, 이번 개편 때는 관람객이 자신의 관심사 등에 따라 선사 영역 전시(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와 고대 영역 전시(고조선·부여·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를 선택해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를 바꾸었다.
특히 고구려실 개편에 주목해달라고 박물관은 밝혔다. 기존 고구려실이 고대사에서 갖는 위상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공간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 개편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전시실 규모를 208.6㎡(약 63.1평)에서 365.2㎡(약 110.5평)로 1.7배 키우고, 수장고에서 오랜 기간 주목받지 못했던 유물도 조사·연구를 거쳐 새로 진열했다.
특히 고구려실에 들어서면 6m가 훌쩍 넘는 벽면을 가득 채운 비문이 시선을 끈다.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을 되살린 복원본이다. 경기도 연천 무등리 보루에서 출토된 고구려 장수 갑옷(찰갑)도 눈여겨 볼만하다. 보루는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든 방어 시설을 뜻한다. 비늘 갑옷 형태가 잘 남아있는 이 유물은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보루 문 옆에서 엎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고구려실 전시를 담당한 김태영 학예연구사는 “삼국 간의 전쟁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라고 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배움 공간’인 ‘아하’ 4곳이 생긴 것도 관심을 끈다. 옛사람들이 다양한 용도로 썼던 주먹도끼, 청동기 시대 생활상과 신앙을 보여주는 보물 ‘농경문 청동기’ 등 주요 유물을 체험하며 배울 수 있다고 박물관측은 밝혔다. 상설전시실 안에 어린이를 위한 배움 공간이 생긴 건 처음이라고 한다.

1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선사고대관 재개관 언론공개회에 네 귀 달린 항아리, 긴몸 항아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애령 학예연구실장은 “선사고대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첫머리이자 우리 역사·문화의 첫머리”라며 “어린이들이 박물관에서 꼭 들르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홍 관장은 “역사를 스토리로 풀어낸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역사를 머나먼 과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흔적도 인류의 역사가 된다는 점을 되새겨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롭게 개편된 선사고대관은 15일부터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