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의 상처’부터 ‘로맨스’까지…필리핀 소설, 한국 독자 만난다

박송이 기자
마리아 테레사 비 디존-데 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왼쪽부터)와 미카 드 리언 작가,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14일 필리핀 동남아시아문학총서 발간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마리아 테레사 비 디존-데 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왼쪽부터)와 미카 드 리언 작가,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14일 필리핀 동남아시아문학총서 발간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문학적으로 한국과 필리핀은 비슷한 요소가 많습니다. 필리핀 문학에도 한국의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구미호 같은 상상의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식민지나 전쟁 같은 역사적 아픔을 작품 속에 녹여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도 많이 닮았습니다.”

필리핀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닉 호아킨(1917~2004)과 주목받는 신진 작가 미카 드 리언(37)의 소설이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로 출간됐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주최로 14일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KF)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출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마리아 테레사 B 디존-데 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는 필리핀 문학이 국내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 마리아 주한 필리핀 대사, 작가 미카 드 리언 등이 참석해 출간 도서를 소개하고 총서 발간의 의미 등을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필리핀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닉 호아킨의 <배꼽 두 개인 여자> <열대 고딕 이야기>와 현대적인 감성의 로맨스 소설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다. 백수미 이사장은 “필리핀의 역사적 서사부터 현대적인 감성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라며 “해당 작품이 필리핀의 문화와 전통을 담고 있는지, 한국의 정서에 공감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라고 말했다.

닉 호아킨은 ‘필리핀의 퓰리처상’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돈 카를로스 팔랑카 기념 문학상을 세 차례나 받은 국민 작가다. <배꼽 두 개인 여자>는 그의 대표작으로 필리핀의 변화를 조명하는 일곱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됐다. 표제작은 주인공 ‘콘차 비달’이 배꼽이 두 개라는 설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혼란을 겪는 이야기로 필리핀의 식민 역사와 독립 이후의 정체성 문제를 은유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열대 고딕 이야기>는 1950~1960년대 필리핀 사회를 배경으로 한 희곡과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닉 호아킨 특유의 초현실적 문체와 식민지 시대의 흔적을 탐구하는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 4~6권으로 닉 호아킨의 <배꼽 두 개인 여자> <열대 고딕 이야기>와 미카 드 리언의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가 출간됐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동남아시아문학총서 4~6권으로 닉 호아킨의 <배꼽 두 개인 여자> <열대 고딕 이야기>와 미카 드 리언의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가 출간됐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미카 드 리언은 SF 장르를 주로 써 온 작가로 그 역시 돈 카를로스 팔랑카 기념 문학상 수상자다.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는 필리핀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로 라이벌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카 드 리언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의 독립성과 자아 성장이라는 주제를 풀어낸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마리아 대사는 “닉 호아킨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로, 그의 작품은 지금도 연극과 드라마로 재해석되고 있다”라며 “한국 독자들이 이번에 출간되는 필리핀 작품들을 통해 필리핀의 역사와 문화, 정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2022년 국내 최초로 동남아시아문학총서를 기획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근현대 문학 세 권을 출간한 데 이어 필리핀 수교 75주년(2024년)을 기념하기 위해 필리핀 소설을 번역 출간했다.

백 이사장은 “국내 출판시장이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집중돼 있다 보니 우수한 동남아 문학 작품이 많음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앞으로도 동남아 문학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국내 독자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문학 작품, 2027년 말레이시아 작품을 출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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