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행인이 4대 시중은행 ATM기 옆을 지나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금리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라고 주문했으나 지난해 시중은행 4곳 중 1곳만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수치 점검에 나선 뒤 올해 새로운 목표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비중 평균은 21.45%다. 그나마 이들 중 한곳이 67.1%로 고정금리 비중을 높게 유지 중인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3개 은행의 고정금리형 비중은 10~26%대에 걸쳐있다. 가장 비중이 낮은 A회사는 10.4%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정책 대출을 제외한 은행권 자체 주담대 중 만기 5년 이상의 순수 고정 또는 주기형(금리변동 주기가 5년 이상) 주담대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라는 내용이었다.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은행권에선 ‘30%룰’을 지키기 시간이 역부족이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원래 없었던 5년 이상 주기형 상품을 급하게 지난해 부랴부랴 내놓으면서 전체 고정대출 잔액이 낮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5년 이상 순수 고정 또는 주기형 상품이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훨씬 낮은 건 사실이다. 변동형(코픽스 신규)이 4%대 초반에서 5%대 후반 금리라면 고정형은 대부분 3%대 후반에서 5%대 초반에 걸쳐있다. 이 때문에 현재 은행을 찾는 소비자들은 정책대출을 제외하면 대체로 고정형 상품을 찾는다고 알려졌다. 변동형보다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가산금리가 더 낮다는 점도 고정형을 찾는 이유다.
실제로 전체 대출 잔액을 보면 고정형이 30%를 넘지 않지만, 신규 취급비중을 보면 압도적으로 고정형이 변동형보다 높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2월말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비중은 81.3%로 변동금리(18.7%)를 크게 앞질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 상품 중에서 보통 고객이 찾는 것은 당장 금리가 싼 것”이라면서 “고정형 상품 판매 비중은 앞으로 더 올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변동금리형 신규 취급액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지난해 8월 3.9%, 9월 5.6%, 10월 10.7%, 11월 18.6%, 12월 18.7%로 꾸준히 오르고 있어 관리는 필요한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고정금리 대출 행정지도 비율을 정하기 위해 은행들의 지난해 실적을 취합하고 있다”며 “조만간 올해 새 행정지도 비율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