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패싱’ 우려 확산 속에···종전 협상 속도 내는 미·러

김희진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 배제한 협정 불가”

뒷전 된 유럽 부글부글·트럼프 “푸틴 신뢰”

종전안 청사진은…뮌헨 안보회의 14일 개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표정이 엇갈렸다. 기세등등해진 러시아는 재빠르게 협상 준비에 착수한 반면, ‘패싱’ 위기에 몰린 우크라이나는 불안과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간 ‘더러운 거래(dirty deal)’가 될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구상대로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식 종전 구상에…러 ‘감동’·우크라 ‘울상’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종전 의지에 대해 “나는 그가 평화를 원한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14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들이 만날 것이며, 우크라이나도 이 자리에 초대됐다고 밝혔다. 전날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불허, 미군의 파병 불가로 요약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이 드러난 후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배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이를 일축하며 협상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는 곧바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 대표단 구성 준비를 시작하면서 화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의지에 “감명받았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하는 양자 협상 트랙이 별도로 운영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주파수를 맞추면서 민감한 쟁점에 관한 논의를 미·러가 따로 진행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뮌헨에서 러시아와의 회담이 계획되어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가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며 빈 협상 테이블에서 러시아와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뮌헨으로 출국하면서 “독립 국가로서 우리가 배제된 어떤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회의를 거쳐 푸틴을 막을 계획을 수립한 후에 러시아와 대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더러운 거래” 유럽 반발에도 ‘강행 의지’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종전 가이드라인을 두고 유럽에서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러시아에 모든 것을 주는가”라며 “어떤 미봉책도 ‘더러운 거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협상 테이블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및 영토 상실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유럽은 협상 과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협상할 평화는 정의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자원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피로 물든 우크라이나 동부 땅을 누가 통제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우크라이나도 협상의 일부”라고 짚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것이 전쟁 시작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서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종전 협상 개시 선언을 전격적으로 내놓으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엇갈리는 메시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뮌헨을 찾은 존 코에일 우크라이나·러시아 부특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영토 수복 가능성 역시 논의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며 톤이 다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며, 푸틴과 젤렌스키 양쪽 모두와 대화하는 동안 모든 것이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며 전날보다 다소 발언 수위를 누그러뜨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종전 협상안은 이날 오후 개막하는 뮌헨 안보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이 연설과 패널토론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종전 청사진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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