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 관세로 대미 수출 우려
‘권한대행’ 체제로 한계
일본·호주처럼 정상 간 타결 어려워
기재부 “경기둔화 압력 증가” 진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상대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다고 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상호관세가 어떤 형태로 시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선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는 데다 ‘권한대행’ 체제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발’ 상호관세로 인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 “FTA로 인해 적용 관세율이 낮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부과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만큼 자국도 같은 세율만큼 부과하는 개념인 만큼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기재부에 따르면 2007년 체결된 한미 FTA에 따라 현재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작년 기준 0.79%이다. 환급까지 고려하면 실제는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되고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상대국의 모든 정책과 규제도 문제 삼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최 권한대행도 “미국이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디지털 서비스세 등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하겠다고 예고한 점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반도체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을 재확인한 점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지난해 대미 수출 1위는 자동차, 3위는 반도체였다. 산업연구원은 관세 전쟁 시나리오에 따라 대미 자동차 수출은 최대 13.6%, 반도체는 8.3%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은행인 바클리스는 “핵심 수입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에 대한 관세 부과시 타격이 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미국 자동차 업계가 우려하는 한국의 자동차 배출 관련 인증 절차, 약품가격 정책 등도 미국이 문제 삼을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된다.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대미 접촉 확대 등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만 내놓고 있다. 정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기재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 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근 최 권한대행은 대외경제현안간담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등을 연일 열었지만 “관세 피해 우려 기업 지원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겠다”고만 언급했다.
미국 측이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4월로 예고한 가운데 그때까지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과 호주처럼 양국 정상 간의 소통을 통한 정치적 타결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관세전쟁까지 현실화함에 따라 정부의 경기진단도 어두워졌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2월호’를 통해 “주요국 관세부과 현실화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둔화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