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잠실 아파트 호가 3억원 ↑
“매수문의 폭증…매물도 거둬”
원정투자와 갭투자 몰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틀만에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주요 아파트들의 호가가 3억원 이상 오르며 강남 일대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토지거래허가제로 막혀 있던 지방의 원정투자·갭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강남과 비강남의 자산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난 12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 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틀째인 14일 43억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동일평형 실거래가 39억3000만원 대비 3억원 이상이 뛴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 호가는 25억원에 형성됐다. 지난달 26일 직전 실거래가(22억3000만원)보다 2억7000만원이 뛰었다.
서울 잠실동의 A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가 폭증하며 전화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후 적게는 1억원, 많게는 3억원까지 호가가 올랐고 매물도 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 4개 단지 매물은 14일 기준 1050건으로, 한달 전(1153채)보다 8.9%가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대상이 아니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서초구 반포동의 호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잠실동이나 대치동에서 ‘갈아타기’ 하려는 이들의 매수 문의가 늘어나면서다. 압구정동은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남았지만, 서울시가 2027년까지 순차 해제 계획을 밝힌 만큼 해제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도 있다.
일례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08㎡ 호가는 60억원까지 올라갔다. 동일 평형 직전 최고가(50억5000만원)에서 10억원이 뛴 것이다. 압구정동의 B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51억~52억원에 거래됐다가 토허제 해제 이후에는 55억원까지 매수하겠다는 손님들이 나타났다”며 “해제 전후로 호가를 3억원 이상을 올린 매물도 상당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최근 1년간(2월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4.81%였지만 서초구(9.25%), 강남구(7.50%), 송파구(8.51%) 등 강남 3구의 상승률은 그 2배에 육박했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대치동과 잠실동 전세 수요가 탄탄한 지역인만큼, 토허제로 억눌렸던 지방 원정투자·갭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저평가’된 아파트와 인근 지역은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이라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