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해 12월 첫 태평양 해외순방을 앞두고 타오위안 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4일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까지 증액하고 미국과의 균형적 무역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자유시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고위급 국가안전회의(NSC)를 주재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만에서 올해 들어 NSC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에 이어 ‘대만 반도체 산업’을 재차 언급한 이후 소집됐다.
라이 총통은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한 반덤핑과 불공정 경쟁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며 “대만은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국가의 최전선에서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국가주권 수호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국방 예산을 GDP 대비 2.5%에서 3% 이상으로 증액하기 위해 특별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만을 계속 지지한 것을 언급하며 “깊이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또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무역 균형을 촉진하겠다”며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지도와 격려를 강화하고 대만 산업의 글로벌 배치와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우리는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대만과 미국의 전략적 경제 협력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몇 년간 정책적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대만과 미국 간 상호 신뢰와 긴밀한 협력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므로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만으로부터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미·일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해 대만을 안심시킨 이후에 나온 발언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미국 기업들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수출을 바탕으로 미국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83% 증가한 1114억달러(약 160조8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 “대만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으로 국방비를 써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대만에 더 많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은 미국에 방위를 의존하고 있어 협상력이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이날 미국 당국이 TSMC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협업 등의 방안을 내세워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TSMC로부터 AI 반도체를 공급받는 미국 반도체 설계·제조기업 AMD의 라이벌 기업이다.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 귀화한 리사 수가 AMD 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시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기술 유출 위험도 있고 TSMC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