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들을 채택하고 추가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중대한 결심”을 거론하는 등 헌재를 강하게 압박하자 속도를 조절해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14일 재판관 평의를 열고 오는 2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10차 변론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이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추가 증인신문 기일을 열어달라”고 요구한 지 하루 만이다.
10차 변론에서는 한 총리와 홍 전 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조 청장은 양측이 모두 신청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홍 전 차장은 이미 지난 4일 진행된 5차 변론에 출석해 ‘체포조 명단’에 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윤 대통령 측은 조태용 국정원장 등이 홍 전 차장과 엇갈리는 증언을 하자 홍 전 차장의 재신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 총리에 관해서는 “국정 2인자로서 국가의 곤란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재는 “필요성이 없다”며 윤 대통령 측의 한 총리 증인신청을 한차례 기각했는데 이번 신청은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3일 진행된 8차 변론에서 헌재가 추가 증인신청 등을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을 종결하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리인단 전원 사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신속히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중대한 결심”을 언급하며 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는 끝났지만, 헌재가 정치권과 윤 대통령 측의 공격을 의식해 내부적인 고민을 공유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리인단 전원 사임’이 탄핵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본다. 헌재법 25조 3항은 헌법 재판에서 당사자가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심판을 받을 수 없다면서도 변호사 자격이 있는 당사자는 예외로 규정한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서 변호사 자격을 갖기 때문에 대리인 없이도 심판에 참여할 수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승이도 건국대 교수는 “대리인 없이는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해버리면 탄핵심판이 무기한 지연되고, 파면될 것 같으면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법 해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10차 변론기일이 오는 20일로 잡히자 곧바로 기일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 형사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어 원활한 대응이 어렵다는 사유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10차 변론은 더 뒤로 미뤄진다. 헌재는 14일 평의에서 기일 변경 여부를 논의했다. 결과는 다음에 알릴 계획이다.
추가 기일이 더 지정되면서 윤 대통령 파면 결정 시점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차 변론 이후 헌재가 더 증인을 채택하지 않으면 심판 절차는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 등을 듣는 최종 변론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결정 선고까지 2주가량 걸렸던 전례를 고려하면 탄핵심판 결론은 다음 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