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세계 무역 상대국에 예외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4월1일까지 국가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미 수출입 품목에 대해 대부분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비관세 장벽을 고려키로 한 데다, 한국을 ‘상호주의 교역’ 위배 사례로 콕 집어 지목해 그 영향이 우려된다.
상호관세는 특정 상품에 대해 상대국과 같은 관세율을 매기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관세는 물론, 보조금·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과 환율 정책까지 종합 검토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판단되는 모든 정책과 규제까지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상호관세를 국가별, 일대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각국별로 협상한 뒤 4월2일 이후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대부분의 상품에 관세를 철폐하는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상호관세를 부과할 근거는 거의 없지만 비관세 장벽이 문제다. 특히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중국 같은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일본,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 없이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특정해 언급했다. 게다가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9번째 대미 무역흑자국이다.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의약품 가격, 환율 정책 등을 타깃으로 상호관세를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미 다음달 12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 25% 관세 적용에 이어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과 인도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을 제시하며 발 빠른 협상에 나섰다. EU도 겉으론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지만 물밑에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분주하다.
한국은 윤석열의 내란과 탄핵 정국으로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트럼프의 통상압박이 본격화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조차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태열 외교장관이 15일 독일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한국 측 입장을 전달하겠다고는 하지만,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한 짧은 만남이어서 깊은 대화는 어렵다. 당분간은 관계부처가 수립한 대책을 토대로 정부와 여야가 합심해 총력 대응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통상전략을 다룰 여야정 특별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