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 잘 나가려다 쌩쌩하던 관절 운다

김태훈 기자

설상 스포츠 안전하게

바른세상병원 제공

바른세상병원 제공

눈밭을 가르는 스키 선수들의 속도감, 하늘로 도약하는 스노보드 선수들의 묘기는 당장이라도 스키장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핀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스키 시즌의 마지막까지 즐기려는 마음이 들었다면 복장과 장비만큼이나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스키·스노보드 같은 설상 운동은 속도가 빠르고 낙상 및 미끄러짐 위험이 크기 때문에 부상 발생률이 높다. 부상을 피하기 위한 예방법과 준비운동 방법, 위급한 상황 발생 시의 응급대처법을 알아둬야 보다 안전하고 즐겁게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겨울철 스키장이나 스케이트장 등 미끄러운 곳에서 발생하는 신체의 손상은 대부분 급성 손상이다. 충돌로 생기는 타박상이나 균형을 잃어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인대의 염좌나 근육 파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부상을 예방하려면 장갑과 무릎 보호대, 헬멧 등 보호 장구를 최대한 착용하고 수준에 맞는 코스에서 즐길 필요가 있다.

굳어 있는 몸을 미리 풀어두는 것도 필수다. 주로 쓸 근육을 예열하듯 가볍게 움직이는 준비운동과 함께 근육과 관절의 가동범위를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함께 실시하면 좋다. 엄상현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기 때문에 부상을 막기 위해선 몸이 경직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늘려 몸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보호 장구·스트레칭으로 부상 예방
안전하게 넘어지는 요령 숙지해야

다쳤을 땐 신속하게 ‘RICE 치료’
인대 손상 방치했다간 관절염 고생

스키장에선 초보는 물론이고 중·고급자도 순식간에 감속이나 방향 전환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안전하게 넘어지는 것이 최선이므로 몸에 충분히 익혀 운동 내내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넘어질 때 자세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바닥에 닿는 부위에 따라 부상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이나 울타리 등과 충돌하지 않게 급히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무리하게 줄이다 넘어질 때는 무릎을 지탱하는 전방십자인대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서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무릎이 뒤틀리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반월상연골판까지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수직 방향으로 넘어질 때엔 엉덩이뼈에 금이 가거나 척추 골절이 생길 위험도 있다. 그 밖에 넘어지면서 바닥에 손을 짚다 손 또는 손목의 인대나 연골에 손상을 입는 경우도 많으며, 팔을 벌린 상태로 넘어지다 어깨가 빠지는 탈구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교적 안전하게 넘어지는 자세는 스키인지 스노보드인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스노보드에 비해 비교적 양발이 자유로운 스키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스키를 나란히 한 상태에서 옆으로 미끄러지듯 넘어지는 것이 좋다. 이때 손으로 땅을 짚으면 골절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두 발이 고정된 스노보드를 탈 때는 넘어지면서 무릎은 펴지 않고 구부린 상태에서 몸을 조금 웅크린 자세로 얼굴을 들고 전방으로 넘어지는 게 좋다. 또한 평소에 근력과 균형감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코어 근육을 강화하면 눈 위에서 넘어지는 동작을 취할 때도 보다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장비 역시 자신에게 적합한 크기를 골라 써야 위험이 줄어든다.

운동을 즐기면서 피로가 쌓이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적어도 2시간마다 30분씩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 중에는 충분한 공간을 두고 다른 사람을 추월하고, 중간에 멈춰야 할 일이 있으면 슬로프 가장자리에서 정지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멈췄다 다시 출발할 때는 주위를 둘러보고 출발해야 한다. 또 걸어서 슬로프를 오르내릴 경우엔 빠르게 내려오는 다른 이용자들을 피해 가장자리로 다니며 안내·경고 표지판을 잘 봐야 충돌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안전수칙을 지키고 충분한 준비운동을 했더라도 스포츠 손상은 예기치 못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때는 부상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응급대처를 해야 한다. 무릎이 비틀리면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면 ‘뚝’ 또는 ‘팝’ 하는 느낌이 든다. 이후 관절이 불안정하면서 무릎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넘어지면서 팔로 땅을 짚다 어깨 탈구가 발생할 때도 어깨가 빠진 느낌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어깨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인 회전근개 손상도 동반될 수 있어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소윤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스포츠 손상이 발생했다면, 활동을 바로 중단하고 응급대처법인 ‘RICE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며 “이는 급성 근골격계 스포츠 손상 시 일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RICE 치료법은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안정(Rest)과 부종을 감소시키는 얼음찜질(Ice)에 이어 부상 부위를 압박(Compression)하고, 중력을 이용해 출혈 등을 줄이는 거상(Elevation)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었다. 손상 후 24시간 내에 RICE 치료를 적용한 뒤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회복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빠른 대처를 하면 부종과 염증이 크게 줄어들고 추가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간혹 인대에 큰 손상을 입었는데도 증상이 가벼운 타박상 정도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대는 파열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붙지 않고 염증을 일으켜 주변의 다른 관절 조직까지 연달아 손상될 수 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2~3주 내 치료를 하지 않으면 연골판 파열, 조기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목이나 어깨 주변의 인대와 근육 역시 손상 후 가급적 빨리 치료를 받아야 수술 없이 약물·주사치료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도 회복이 되지만 방치하면 관절염이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윤수 교수는 “온열 및 전기 치료, 주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인대와 힘줄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며 “재활치료는 손상된 근골격계 부위의 재생과 관절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근육 강화 운동이나 관절 가동범위 회복 스트레칭 등을 통해 신체 전반의 균형을 개선시키기 위해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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