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분변에 섞인 철·구리, 바다 생태계 살린다

이정호 기자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 조사

식물성 플랑크톤 성장 기여

수면 위로 점프하는 혹등고래 모습.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고래 분면에 철과 구리 성분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수면 위로 점프하는 혹등고래 모습.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고래 분면에 철과 구리 성분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고래가 배출하는 분변에 철과 구리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금속 성분은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잘 자라게 해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원천이 된다. 수세기에 걸친 포경으로 개체 수가 급감한 고래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를 통해 고래가 배설하는 분변이 식물성 플랑크톤 성장에 중요한 순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최근 호주 근해에서 혹등고래의 분변 샘플 2개,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근 바다에서 흰긴수염고래의 분변 샘플 3개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각 샘플을 분석해 봤더니 철과 구리 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전 연구에서 질소와 탄소가 발견된 적이 있지만, 고래 분변에서 금속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과 구리 같은 금속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도록 돕는 중요한 거름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각종 해양 동물이 포진한 바닷속 먹이 피라미드의 최하층부를 구성한다. 결과적으로 고래 분변이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바닷속에서 금속은 귀한 성분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바다에 공급되는 금속량이 더 많이 줄어든다. 고래 분변 속 금속이 그런 문제를 완화하는 수단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로 규명된 것이다.

문제는 고래 개체 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인간이 고래를 마구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17세기부터 수백년간 포경선들은 주로 기름을 얻기 위해 고래를 사냥했다.

상업적 포경은 1986년에야 국제적으로 금지됐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때문에 아직도 바닷속 고래 개채 수는 충분하지 않다. 바다에 공급돼야 할 철과 구리가 여전히 모자라다는 뜻이 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고래 개체 수가 일부 회복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먹이가 되는 크릴 새우 어업의 확장과 기후변화 심화로 인해 향후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해양 생태계 변화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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