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기의 인텔’ 구원투수로 TSMC 끌어들이나

김상범 기자
TSMC와 인텔 로고.

TSMC와 인텔 로고.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 미국 인텔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거나 합작회사 등의 형태로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전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의 기술적·재무적 어려움을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TSMC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16일 미국과 대만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TSMC 경영진과 만나 인텔과의 협업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인텔과의 기술 협력, 합작법인 구성, 미국 내 고객사에 공급할 제품의 후공정은 인텔 공장에 위탁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인텔의 어떤 사업을 인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인수 대상 생산시설은 오리건,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인텔의 미국 내 공장으로 제한되거나, 아니면 아일랜드, 이스라엘과 같은 국외 시설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합작회사 설립도 거론된다. 미국 투자회사 베어드는 보고서에서 “인텔이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할한 다음 TSMC와의 합작 투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TSMC가 일부 반도체 엔지니어와 전문 지식을 제공해 미국에서 3나노미터, 2나노미터 공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TSMC 입장에서는 손해가 큰 거래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는 이미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고객들의 주문을 독차지하고 있어 굳이 인텔과 손잡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기술 유출 우려만 커진다. 류페이첸 대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현지 매체에 “인텔과 합작회사 형태로 협력하는 것은 대만산 반도체 관세 부과보다 더 나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인텔의 위기 상황이 있다. 한때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강자였던 인텔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AMD 같은 경쟁업체에 점차 시장 지배력을 빼앗겨왔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지만 TSMC, 삼성전자 등 선도 기업들과의 격차는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텔은 순손실 192억달러(약 28조원)를 기록하는 등 곤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도 거론된다.

TSMC의 지분 인수설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TSMC를 압박해 인텔의 제조 부문을 인수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미국 반도체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인텔의 재무 사정을 개선하고 일자리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TSMC는 이미 650억달러(약 94조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3개를 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반도체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히면서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 우리는 그 사업이 돌아오길 원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성사에 주저하지 않으며,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사회를 개최한 TSMC는 새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TSMC와 인텔의 협업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중에도 논의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TSMC가 인텔 공장에서 사용하도록 제조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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