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비관세 장벽 포함
OTT 플랫폼 규제, 망 사용료 등 가능성 거론
최태원 등 경제사절단 19~20일 워싱턴DC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기자와 모디 총리를 가리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평평한 운동장을 원한다. 상호관세를 통해 무역 관계에서 공정성을 회복시키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이 담긴 각서에 서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상호관세는 동일 품목에 대해 같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상호관세 부과 검토 대상에는 ‘비관세 장벽’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한국에도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 각서를 보면, 비상호적 통상 관계에 따른 상호관세 부과 검토 대상을 크게 5가지로 분류했다.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미국 기업·노동자·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역외 세금(부가가치세 등 포함)’ ‘보조금·과도한 규제 등으로 미국 기업·노동자·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비용’ ‘미국 기업·노동자·소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환율조작·임금억제·중상주의적 정책’ ‘미국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거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기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다.
한국은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상품이 무관세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면 비관세 장벽을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4일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할 것으로 예고한 점을 감안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한국에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할 사안으로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미국 기업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꼽힌다. 이 규제는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부당행위를 금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미국 재계는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지명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의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할 때 내는 ‘망 사용료’도 미국 측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온 사안 중 하나다. 지난해 USTR은 “2021년부터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한국의 ISP에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의 경우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ISP이면서 CP이기 때문에 미국 CP가 내는 망 사용료는 경쟁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고, 3대 ISP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해 반경쟁적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 미국산 농산물 등의 시장 접근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상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4월 초로 밝힌 만큼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정부가 긴밀하게 대응한다면 상호관세 부과 위험성은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사절단이 오는 19∼20일 미국 워싱턴DC를 찾는다고 이날 밝혔다. 사절단은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해 정부 간 협상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