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아” 책 출간 예고한 한동훈
‘조기 대선’ 금기어 속에 우회로 찾는 주자들
오세훈·안철수·유승민 등 ‘개헌’ ‘추경’ 의제화
김문수·홍준표·원희룡 등 ‘탄핵 반대’ 강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16일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해 복귀를 예고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머지 않아 찾아뵙겠다”며 활동 재개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전제로 하는 ‘조기 대선’을 공식적으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여당 대권주자들은 저서 출간, 개헌·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 의제 던지기, 전직 대통령·대선주자 만나기, 윤 대통령 수호 메시지 발신 등 다양한 우회로로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책을 한 권 준비하고 있다”며 저서 출간을 예고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2개월동안 공개 행보를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 변론이 종결되면 2월 말쯤 조기 대선에 대비해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저서에는 지난해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를 지내며 느낀 소회와 정치 비전이 담길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강성 보수층에게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는 한 전 대표 입장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생각, 12·3 비상계엄을 막아선 과정,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하게 된 배경을 본인 주도로 차분하게 설명할 매개체로 책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에서 세번째, 네번째)이 지난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의미하는 ‘조기 대선’ 준비를 금기시하고 있지만,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활동을 늘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대통령의 권한을 외교·안보에 국한하고 다른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히 이양해 제왕적 대통령제와 의회 폭거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개헌에 미온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차별화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토론회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해 소속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48명이 참석해 대선캠프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개헌과 더불어 추경 편성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SNS에 “이재명 추경은 민생 해결이 아니라 민생 걱정 추경”이라며 인공지능(AI) 추경을 강조했다. 유 전 의원도 전날 SNS에 민주당의 ‘이재명 살리기 추경’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독자적인 추경안을 먼저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과거 유력 인사들과 만남도 잦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을 들었다. 유 전 의원은 당의 대선 후보를 두 차례 지낸 이회창 전 대표를 만났다. 한 전 대표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원로를 만났다.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탄핵 반대파 인사들은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메시지로 강성 지지층에게 어필한다. 특히 여론조사상 여권 지지율 1위인 김 장관은 현역 장관인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비상계엄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밝혔고,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는 “전광훈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에 속한 임이자 의원은 김 장관을 불러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추켜세웠다.
홍 시장 역시 SNS를 통해 “탄핵은 부당” “성립 안되는 내란죄 프레임” 등 탄핵 반대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복귀가 가장 우선”이라고 주장했고, 전날엔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국민이 일어나 헌재를 바로잡자”고 말했다.
여권 주자들 간 견제도 눈에 띈다. 홍 시장은 전날 SNS에 “김구 선생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 “김구 선생은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한 김 장관을 직격한 것이다.